[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WTO 일반이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일본 수출규제 안건은 이날 11번째 의안으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소기구 구성 등 앞선 안건들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보통 하루만에 끝나는 회의 일정이 이례적으로 하루 더 연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WTO 일반이사회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재개될 예정이다.

전날 밤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한 한국 정부 대표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취재진들 앞에서 "일본의 조치는 통상 업무 담당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무리가 많은 조치다"라며 "일본의 주장에 대해 준엄하지만 기품있게 반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 리스트 문제로까지 확대하면 일본의 (WTO 규범) 위반 범위는 더 커진다"면서 "일본 정부가 신중하게 조처해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출국 전 "수출규제 조치가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통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설명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측 대표로 나선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은 "일본은 WTO 규범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안건은 한국이 제안했기 때문에 한국의 주장을 들어보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회원국들에 잘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WTO 일반 이사회는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로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의  역할을 한다.

비록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일본을 압박하는 여론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

일반 이사회에는 각 회원국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게 관례이지만, 우리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김 실장을 정부 대표로 파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여론을 조성해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집단으로부터의 압력)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후 WTO 제소 절차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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