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 여자 PGA 챔피언십 2연패 도전 "코스 느낌이 좋아요"

(채스카[미국 미네소타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16번 홀이요? 한 열번 정도 봤나…."

"수백 번도 더 봤다"는 답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던진 질문에 박성현(26)이 내놓은 말이다.

박성현은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는데 마지막 날 16번 홀에서 시도한 트러블 샷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물에 빠지기 직전인 공을 불안한 자세로 걷어 올렸고, 클럽 페이스에는 긴 풀이 둘둘 감길 정도로 어려운 샷이었지만 이 공이 홀 바로 옆에 가서 붙으면서 극적인 파 세이브에 성공한 것이다.

이 샷이 아니었더라면 박성현의 우승이 나오기 어려웠을 정도의 명장면이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2018년 '7월의 샷'에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대회 홈페이지가 '이 대회 사상 최고의 샷 5개'를 최근 선정했는데 여기서도 박성현의 샷이 역시 1위로 꼽혔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올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박성현에게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봤느냐'고 물었는데 박성현은 겨우 '열 번 정도 봤다'고 답한 것이다.

평소 자신에 대한 평가에 엄격하고,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답변이었다.

최근 고진영(24), 이정은(23) 등 후배 선수들이 연달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박성현에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올해 대회가 열리는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20일(한국시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성현은 "어린 선수들이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좋은 경기를 하는 모습들이 저를 나태하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며 "저도 더 발전해서 같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쿨한' 박성현이지만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까지 보였던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도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성현은 "작년에는 이 대회 전까지 경기들이 굉장히 안 풀렸는데 여기서 선물 같은 우승을 받고 캐디와 껴안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유)소연 언니와 연장전에서 마지막 퍼트를 앞두고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집중을 했는데 그 버디를 넣었을 때 기분은 아직도 짜릿하다"고 회상했다.

이번 시즌 개막에 앞서 메이저 우승을 포함한 5승을 목표로 내건 박성현은 "아직 4승이 남은 걸 보면 제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일 수도 있다"며 "그래도 목표가 커야 더 발전하고, 앞으로 나가려는 마음도 커지기 마련"이라고 의욕을 내보였다.

특히 이 코스에 대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회장이 매우 궁금했는데 어제 프로암을 하면서 보니까 느낌이 좋았다"며 "전체적으로 분위기나 스타일이 제가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 대회에 기대가 조금 된다"고 살짝 자신감도 보여줬다.

다만 많은 선수가 어려워하는 16번 홀에 대해 "저도 어제 프로암 하면서 해저드에 빠졌다"며 "페어웨이가 좁고 말라 있어서 딱딱한 편이라 해저드 위험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2017년 US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간 2018년 대회에서 컷 탈락한 그는 "작년에는 5, 6월까지 샷감이 너무 안 좋았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전체적인 감각이 좋고 우승도 이미 한 번 했기 때문에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대회 라커룸에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이라고 쓰인 곳 앞에서 기념 촬영도 하고, 개인 주차 공간도 마련이 돼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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