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상비군 김가영, 1R 보기 없이 4언더파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코스가 어렵다고 해서 똑바로 치는데만 집중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 첫날 17세 여고생 아마추어 김가영(남원국악고2년)이 깜짝 선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김가영은 1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4개의 버디를 잡아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오전 6시 52분에 티오프한 김가영은 경기를 마쳤을 때 선두를 뜻하는 '클럽하우스 리더'에 올랐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가영은 이 대회가 난생처음 출전한 프로 대회다. 지난달 13일 같은 코스에서 치른 예선에서 8위를 차지해 출전권을 잡았다.

김가영은 전날 전북 협회장기 대회를 치르느라 연습 라운드조차 하지 못했지만 보기 없는 라운드가 말해주듯 수십번 출전한 선수처럼 노련한 경기를 펼쳤다.

김가영은 "무조건 페어웨이와 그린은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똑바로 보내는 데만 집중한 결과"라며 "이런 어려운 코스에서 4언더파를 쳤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김가영은 이날 딱 두 번만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그린도 두 번만 놓쳤을 뿐이다. 그는 "페어웨이와 그린을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만큼은 90% 달성했다"고 말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거나 그린을 놓쳤을 때도 악명 높은 깊은 러프는 피하는 행운도 따랐다.

김가영은 "러프가 깊고 질기다고 들었는데 한 번도 그런 러프에 들어가 보지 않아 얼마나 탈출이 어려운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웃었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도 "조심스럽게 쳤더니 큰 실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가영은 그러나 "컷 통과가 최우선 목표다. 배운다는 자세를 버리지 않겠다"고 몸을 낮췄다.

김가영은 중학교 1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가장 오랫동안 상비군 마크를 달고 있다.

평균 230m는 너끈하게 날리는 드라이버샷에 똑바로 치는 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가영은 그러나 워낙 선수층이 두꺼운 주니어 무대에서 눈에 확 띄는 성적은 내지 못했다.

김가영을 세계적인 골프 선수로 키우고 싶어 세미 프로 자격까지 따내며 지도했다는 아버지 김도용(52)씨는 "감각이 뛰어나다. 아직 경험치가 낮지만, 장점이 많다"고 자랑했다.

2월생인 김가영은 내년 3월부터 프로로 전향해 3부 투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우승은 2003년 송보배 이후 13년째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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