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화재안전특별조사…50층·200m 이상 108곳 중 48% 불량

(세종=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전국에 있는 초고층건축물 가운데 절반 가까이에서 소방시설 불량이 나타났다.

소방청은 국내 초고층건축물(층수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 108곳 전체에 대해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벌인 결과 소방시설 불량으로 정비나 수리가 필요한 건물이 52곳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대상의 48.1%에 해당하는 이들 52곳에서는 자동화재탐지설비나 스프링클러, 제연설비 등 화재안전시설이 고장 났거나 오작동하는 사례가 발견됐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123층·555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화재 시 대피로를 알려주는 유도등 불량으로 수리·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현장에서 시정 가능한 정도의 미흡한 사항이 발견된 곳은 35곳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32.4%에 해당했다. 화재 안전관리 상태가 양호한 곳은 21개소(19.5%)에 그쳤다.

현장 시정 대상은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았거나 소방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경우, 호스·관창(노즐)이 비치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번 조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분야별로 보면 건축 분야에서는 방화문·층간 방화구획 불량이 112건으로 가장 많았고 피난 통로에 장애물을 쌓아두는 행위(16건)도 적지 않았다.

전기분야에서는 접지·절연 불량(46건)과 누전차단기 불량(37건)이 주로 나타났고 가스 분야에서는 가스 배관 도색 불량(41건), 계량기 차단 밸브 고정상태 불량(22건) 등이 많았다.

소방청은 화재 안전관리 우수사례도 소개했다.

여의도 63빌딩에서는 소방·전기·가스 안전과 관련해 직원 전용 상설 안전교육장을 설치해 운영했고,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있는 시그니엘 호텔은 유사시 활용할 수 있도록 층마다 마스크와 경광봉, 들것 등 비상피난용 안전장비 세트를 비치했다.

이번 초고층빌딩 조사는 지난해 6월27일부터 올해 4월26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충남, 경남 등 전국 9개 지역에 있는 국내 초고층건축물 전체 108곳을 대상으로 3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소방청은 건축·소방·전기·가스·재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특별합동조사단 5개 반을 편성했다. 조사 분야도 기존에는 소방분야 23개 항목을 위주로 했으나 이번에는 주변환경과 이용자 특성 등을 포함한 274개 항목으로 대폭 늘려 세부적인 사항까지 점검했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지적사항은 30일 안에 보수·정비하도록 했으며 건축·전기·가스 분야 불량은 해당 기관에 통보해 시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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