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한국방송협회(회장 박정훈 SBS사장)는 4일 성명서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한 2026년 동계올림픽, 2028년 하계올림픽, 2030년 동계올림픽, 2032년 하계올림픽의 중계권 공개입찰 결과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 도입 취지를 거스르는 JTBC의 무모한 국부유출 시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한 2026년 동계올림픽, 2028년 하계올림픽, 2030년 동계올림픽, 2032년 하계올림픽의 중계권 공개입찰에서 종합편성채널인 JTBC가 지상파 3사 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여 중계권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방송이 시작된 이래 줄곧 올림픽 방송의 역사를 써온 KBS, MBC, SBS의 공동 협의체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KS : Korean Sports Broadcasting Development Association)가 방송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방송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자본주의 자유경쟁시장에서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여 경쟁자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행 방송법이 ‘보편적 시청권’(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을 보장하라고 명령하게 된 배경을 이해한다면 올림픽 중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문제는 단순히 미디어 간 경쟁 차원에 국한해서만 볼 수 없다.

‘보편적 시청권’ 개념의 태동은 1990년대 영국에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계열의 유료채널들이 각종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하여 별도 가입료를 낸 유료방송 가입자들에게만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하는 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 시작되었다. 특히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지구촌 스포츠의 중계권은 특정 유료방송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되며, 무료 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는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영국과 EU에서 법제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한 스포츠 마케팅회사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모든 경기에 대한 국내 중계권을 7년간 독점 확보해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유료방송 플랫폼, 더 나아가 스포츠 채널이 포함된 특정 패키지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었던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7년 시청 가능 가구 수 등의 자격조건을 명시하여 법제화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볼 때, 향후 총 4번의 올림픽 중계권을 지상파 3사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여 확보한 JTBC가 과연 방송법이 명령하는 보편적 시청권 기준을 만족하는 주체인가는 매우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유료방송 가입률이 기형적으로 높다고는 하나 개국한지 8년도 안된 방송사가 과연 방통위가 요구하는 국민 전체가구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한 치의 오류도 없이 만족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지상파 방송의 무료 직접수신을 택하고 있는 국민들이 올림픽 중계로부터 배제된다는 점과 유료방송 가입자만이 올림픽 중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보편적 시청권’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JTBC의 이번 행위는 국부유출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과거 지상파 3사 간에도 올림픽 중계권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있었다. 하지만 과당경쟁에 따른 국부유출을 지적하는 정부,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를 조직하여 공동으로 대응해 왔다. JTBC는 방송권 비용절감을 위한 코리아풀 협상단 참여제의를 거절하고 단독으로 입찰에 응함으로써 범국가적 스크럼을 무너뜨렸다. 만약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방송사가 다시 흩어져 공격적인 중계권 확보 다툼에 나선다면 올림픽 중계권료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여 막대한 국부유출을 야기할 것이다.

중계방송의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단 한 번의 올림픽 중계 경험도 없는 방송사가 더 비싼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림픽 방송은 중계권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수십 개의 종목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올림픽 대회에 관한 오랜 노하우와 충분한 제작 인프라가 없다면 시청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는커녕 낮은 품질의 중계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엄청난 국부유출을 야기하면서 법에서 규정한 보편적 시청권을 만족시킬 수단도 없는 방송사가 무리하게 중계권을 확보한 속셈이 만약 지상파 3사에 중계권을 되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었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지상파가 올림픽을 중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속내로 ‘올림픽 중계권 알박기’가 그 목적이라면 단언컨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관행이 되어 국부가 유출되고 공적책무에 사용되어야 할 지상파 재원이 사기업의 잇속을 챙기는 것에 활용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선수의 정치적 상업적 남용을 반대한다”는 올림픽헌장 제2조(IOC의 사명과 역할)10호에 걸맞게, IOC는 한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올림픽 중계 경험이 전무한 방송사에게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올림픽 중계권을 넘기려는, 도를 넘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 부디 올림픽 중계의 품질과 올림픽 방송을 지켜볼 한국 국민들의 시청권을 고려해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주무부처인 방통위 또한 진정한 국익과 시청자 복지가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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