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정문 봉쇄에 첫날 불발…재진입 여지 남겨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이 3일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생산시설인 거제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결국 시작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인수에 반대하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가 오전 일찍부터 정문 등 옥포조선소 출입구 6곳을 모두 막아 야드 진입이 불가능해지자 오후에 철수했다.

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옥포조선소 정문 근처에 도착해 진입을 타진한 지 4시간이 되지 않아 물러났다.

이 과정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현대중공업이 정한 옥포조선소 실사 기간은 3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이다.

첫날 실사단이 철수했지만, 현대중공업이 현장 실사를 다시 시도할지, 포기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현장 실사는 현대증공업이 4월 1일부터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실사 마지막 절차다.

지난 9주간 문서 실사로 파악한 회사 현황이 맞는지 현장을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현대중, 산업은행, 회계법인 등 전문가 20여명이 옥포조선소를 찾아 조선, 해양, 특수선 야드에 있는 각종 설비 등 유형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선박·해양플랜트 공정률 등을 확인한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가 출입문을 봉쇄해 현장 실사 첫날 야드에 한 발짝도 들이지 못했다.

하태준 대우조선지회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현대중 실사단을 향해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일체 대화는 없다. 더 찾아오지 말라"며 현장실사단 진입 불허를 재확인했다.

신상기 대우조선 노조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2차, 3차 현장 실사를 시도하면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현장 실사가 인수과정에 꼭 필요한 절차는 아니다.

현장 실사를 하지 않더라도 인수 절차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주택 등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수인과 매도인 간 협의에 따라 매수인이 하자 여부 등 집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와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인수계약에 실사 절차가 포함돼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영 현대중공업 실사단장(전무)는 옥포조선소를 떠나면서 "노조가 막고 있어 현장 실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돌아가서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혀 재차 현장실사 시도 여지를 남겼다.

대우조선 노조는 산업은행이 10여년 전 추진한 회사 매각 때에도 인수 후보 4개 기업이 보낸 실사단을 막은 바 있다.

2008년 10월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한 한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4개 회사가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실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가 조선소 출입문과 헬기장 등을 봉쇄했다.

이후 현장 실사 없이 회사 매각이 추진되다 결국 매각 자체가 불발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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