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관계기관 "심각성 인지했지만 이미 널리 퍼져 손 쓸 엄두 못 내"
올해 처음 배정된 국가 예산 고작 8천만원…제거 시늉만 하기에도 부족
정부 외래생물관리사업 2023년 완료…그 사이 대책 시급

(부산=연합뉴스) = 부산 강서구 대저 생태공원 내 축구장 38개 크기에 분포해 있는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는데 올해 처음 배정된 국가 예산은 8천만원. 국내 생태계교란종 관리 현주소다.

생태계 교란 식물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이유는 제거속도보다 번식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매년 외래생물과 생태계 교란 생물 전국 서식실태조사를 벌이고 보고서를 만들지만, 조사를 바탕으로 제거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현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사무처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생태계교란종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사이에도 현장에서는 급속도로 생태교란종이 번식하고 있는데 체계적인 제거 계획이나 대책 등 후속 조치는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2017년 발표된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전국서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생태계교란종 양미역취는 7개 시도 15개 지점에서 발견됐다.

특히 부산이 양미역취에 의한 심각한 교란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낙동강 하구 대저 생태공원 일대에서 매우 광범위한 양미역취 생육이 확인되었다고 조사됐다.

또 조사면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저 생태공원 수변 지역을 전부 뒤덮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시급한 제거사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2017년 보고서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양미역취 분포를 살펴보면 2017년보다 더욱더 확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거를 담당하는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예산이 부족하고 이미 너무 광범하게 퍼져 있어 손을 쓸 엄두를 못 낸다고 말한다.

부산지역 낙동강 생태공원 관리를 담당하는 낙동강 관리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양미역취를 제거하는 데 쓸 예산을 국토부 산하 부산지방국토청으로부터 국가하천유지보수비 명목으로 8천만원을 받았다.

그간 자체예산과 관리인력을 통해 제거해왔는데 사실상 방치 수준이었다.

낙동강 관리본부는 8천만원으로 올해 7월부터 두 달간 개화기 이전 대저 생태공원 신덕습지 주변 양미역취 제거작업에 나선다.

사람 손으로 뽑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람이 진입하기 힘든 지역도 많고 시간과 비용이 너무 오래 걸려 장비를 이용해 대지를 파헤쳐야 해 주변 생태계도 함께 파괴될 우려가 있다.

관리본부는 올해 환경부에 3억을 추가로 신청할 예정이다.

양미역취는 개화기 이전 5∼8월에 집중적으로 제거돼야 한다.

땅속뿌리로도 번식하기 때문에 뿌리째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모두 제거되지 못하고 일부 지역만 제거된다면 번식은 계속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예산이 쓰일 수도 있다.

번식 초기부터 관리되고 제거돼야 했는데 이미 번식하고 난 뒤에는 더 많은 예산과 관리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제거작업을 벌이는 지자체에서 이미 무차별적으로 번식해버린 생태교란종을 감당하기에 벅찬 만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그간 외래생물 관리에 문제가 됐던 관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환경부는 2017년부터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함께 생물 다양성 위협 외래생물관리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개발원이 연구·개발 과제를 관리하며 전국 각 대학과 국공립연구기관들이 참여해 외래생물을 모니터링하고 확산이나 영향 예측, 유해성 평가, 제거기술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2023년까지 예정돼 있어 그사이 생태 교란 생물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라 단기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근 부산 그린 트러스트 사무처장은 "생태계 교란 생물 문제는 각종 국제 환경회의에서 중요 문제로 다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계발사업에 밀려 단순 제거작업이 이뤄지는 수준에 그친다"며 "낙동강 하구를 정부 생태 교란 귀화식물 제거 시범지역으로 지정한 뒤 국가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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