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마다 생태교란종, 고유식물 밀어내고 주인 행세
털물참새피·단풍잎 돼지풀·가시박도 어렵지 않게 관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09년 4대강 살리기 선도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조성된 부산 강서구 대저 생태공원.

봄이 되면 낙동강 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인공 유채꽃 단지로 유명하지만 사실 도시화, 산업화 속 낙동강 하구 생물 종 다양성 보호를 위해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79호)에 속하는 지역으로 멸종 위기종 2급인 가시연꽃 군락지인 신덕 습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습지와 수로, 초지로 구성돼 있다.

대저 생태공원은 봄이 되면 낙동강 변을 따라 온통 유채꽃이 활짝 펴 노란빛으로 넘실거리지만 최근 들어 가을에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다.

약 5∼6년 전부터 대저 생태공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생태교란종 양미역취가 급속도로 번식했기 때문이다.

양미역취는 국화과에 속하며 5월 초 싹이 나기 시작해 9∼10월에 노란 꽃이 핀다.

유채꽃과 모양이 비슷하고 색이 같아 유채단지로 유명한 대저 생태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생태교란종인 양미역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실제 사진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저 생태공원을 검색하면 양미역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사진이 다수 검색된다.

양미역취는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고 생태계 균형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 환경부가 지정한 21종 생태계 교란 야생 생물 중 하나다.

뿌리를 내린 개체군은 100년간 유지되며 노란 꽃은 개체당 2만개까지도 종자를 생산할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다.

일단 침입한 곳에서는 급속하게 영역을 확대해 다른 식물이 밀어낸 뒤 들어설 여지를 없앤다.

낙동강 생태공원에 얼마나 많이 분포돼 있길래 시민들에게 유채꽃과 혼동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 될까.

양미역취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5월 중순 대저 생태공원을 환경단체인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와 함께 찾았다.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양미역취는 공원 입구 대지에서부터 이미 거대한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공터로 비어 있는 대지는 이미 양미역취가 점령하고 있었고 공원 초입부터 낙동강 변까지 곳곳에 양미역취가 보였다.

수로 곳곳에는 황소개구리가 펄쩍 뛰어올랐고 습지 곳곳에 생태교란종 털물참새피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갈대와 물억새 군락지 사이를 뚫고 양미역취 싹이 올라오고 있었으며 물억새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탐방로에도 양미역취가 점령하고 있었다.

멸종 위기종 Ⅱ급인 가시연꽃 군락지인 신덕 습지 주변에도 양미역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인근 맥도 생태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저 생태공원보다는 상황이 덜 심각했지만, 낙동강 본류 바로 옆 곳곳에 양미역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관찰되는 대표 생태교란종인 단풍잎 돼지풀과 가시박 또한 어렵지 않게 관찰됐다.

실제 양미역취 번식력과 분포도는 어느 정도일까.

대저 생태공원 어느 한 지점을 임의로 골라 1㎡ 분포한 양미역취를 직접 뽑으며 세어보니 총 160개 줄기가 뽑혔다.

양미역취는 이처럼 번식력이 왕성해 일단 침입한 곳에서는 급속하게 영역을 확대하고 큰 키로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최대현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사무처장은 "대저 생태공원 식물 중 30% 이상이 생태교란종 양미역취로 추정된다"며 "낙동강 하구는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제거해야 하며 보호종뿐만 아니라 교란종에 대해 관리도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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