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10주기…대통령 묘역·생가·사저 추모객 발길
생태문화공원 들어서며 추모공간·환경교육의 장 변모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외진 곳에 있다.

진영읍에서도 한참을 가야 나오는 시골 마을이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퇴임 후 낙향하기 전까지 봉하마을은 평범한 농촌에 불과했다.

외지인들이 들를 일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고향으로 내려와 보통시민으로 돌아온 그를 보려고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봉하마을은 전국에 알려졌다.

그가 서거한 이듬해부터는 그를 그리워하고, 품었던 이상에 공감하고, 남긴 뜻을 계승하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거의 매일 찾는다.

매년 그가 서거한 5월이 되면 마을 입구부터 설치된 노란색 바람개비를 길 안내판 삼은 참배객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계를 보면 봉하마을 방문객은 매년 60만명이 넘는다.

방문객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08년 84만9천148명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에는 방문객이 126만8천694명을 기록했다.

봉하마을 방문객은 이후 매년 60만명∼70만명 선을 꾸준히 유지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은 봉하마을 방문객이 103만2천975명으로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72만3천607명, 서거 10주기인 올해 1/4분기(1∼3월)에만 11만여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

천호철 노무현재단 추모기념사업팀 팀원은 "연초보다는 서거 추모식이 열리는 5월부터 추모객들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대통령 생가와 추모전시관을 둘러본 후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를 참배한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아방궁'에 빗대 호화판이라고 공세를 폈던 노 전 대통령 사저도 찾는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지난해 5월부터 사저를 '대통령의 집'이란 이름으로 개방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해설사 안내에 따라 안채, 사랑채, 서재(회의실) 등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았던 주요 공간을 45분에 걸쳐 살필 수 있다.

봉하마을은 2016년 대통령 묘역 바로 옆 벌판에 생태문화공원이 완공되면서 추모공간이자 환경교육의 장으로 거듭났다.

2015년 64만명까지 내려갔던 봉하마을 방문객 수는 생태문화공원이 생기면서 2016년 79만7천명으로 반등했다.

천 팀원은 "봉하마을이 대통령을 추모하는 곳이자 가족들이 가볍게 들르는 근린공원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을 찾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진다.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봉하마을 참배는 통과의례다.

민주당 지도부는 매년 1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단배식과 순국선열, 전직 대통령들이 잠든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후 봉하마을을 찾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을 치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기념식 참석이 마지막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때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자유한국당은 봉하마을 방문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27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취임 후인 지난 3월 5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포함해 자유한국당 대표로서는 네 번째 방문이었다.

2011년 한나라당 황우여 대표 권한대행, 2015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2018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조문하려고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 제지로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무현재단은 정치인 등 주요 인사가 방명록에 남긴 글은 기록물로 정해 관리한다.

서거 후 10년 동안 정치인들이 남긴 방명록은 20여권에 이른다.

김기도 노무현재단 학예사는 "정치인들의 글은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어 수장고에 넣어 보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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