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비행장 최근 2차례 정체불명 드론 나타나 운항 중단
"승인받아야만 드론 비행 가능, 준수사항 반드시 지켜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9일 오전 11시 45분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정석비행장에 불현듯 '드론'(초경량 비행장치) 2∼3대가 동시에 출현했다.

이들 드론은 정석비행장 관제권 내 시계비행장 주공역과 비행장 접근로 상공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당시 비행중이던 항공기들에 의해 목격된 해당 드론의 비행고도는 대략 300m.

항공기가 드론과 충돌할 경우 항공기 날개 등이 파손돼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비슷한 고도로 비행중이던 4대의 프로펠러 경비행기와 2대의 제트항공기는 드론을 피해 공중에서 체공비행을 하거나 즉시 착륙해야만 했다.

또 정석비행장은 드론이 사라진 오후 1시 30분까지 두시간 가량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이후 6일 뒤인 15일에도 정석비행장 인근에 드론이 출현,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나 드론 조종사의 위치 파악이 안 돼 적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처럼 정체불명의 드론이 비행장에 출현해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소동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에도 불법 드론 비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항 활주로에 허가받지 않은 갑자기 드론이 출현한다면 큰 사고 또는 대규모 운항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지난해 12월 19일 저녁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 활주로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접수돼 사흘간(36시간) 1천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14만여명의 승객이 공항에 발이 묶인 사례가 있었다.

이후 올해 들어 영국 히스로 공항, 미국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 이탈리아 밀라노의 말펜사 국제공항 등에서도 연달아 갑자기 출현한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 제주국제공항 중심을 기준으로 반경 9.3㎞ 이내는 드론 비행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제한구역 안에서는 제주지방항공청의 승인을 받아 제한적으로 드론을 띄울 수 있다. 그러나 공항 3㎞ 이내는 드론 비행 금지구역으로 사실상 드론 비행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조종사 교육훈련을 위해 지어진 대한항공 소유의 정석비행장도 반경 9.3km를 비행 제한구역으로 정해 허가받지 않은 드론의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항공안전법에 따라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에서 불법 드론 비행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는 모두 13건이다.

모두 제주국제공항 인근 제한구역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비행한 경우다.

또 올해에만 6건이 적발됐다.

제주지방항공청 드론 등록대장에 2018년 말 기준 현재 영상제작사와 언론사, 농업협동조합 등 소속 총 67대의 드론만 등록된 상태로, 등록하지 않고 운영하는 드론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국제공항과 같이 주요 시설에서는 방해 전파를 보내 드론이 안으로 진입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드론은 기계를 조작하면 전파 방해를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띄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에서는 올해 22억원의 예산을 들여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한국공항공사는 3억5천여만원을 들여 드론 테러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에는 아직 안티드론 시스템이나 드론 테러방지 시스템은 도입돼 있지 않고 있다.

장만희 제주지방항공청장은 "제주국제공항 관제권 내에서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비행 승인을 받은 드론만 비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드론 비행 가능 구역이라 할지라도 지상 150m 이상으로 비행하거나,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는 비행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준수사항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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