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향은 결과로 입증돼야…결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스팔트에서 소리 지른다고 민생 좋아지지 않아…국회 외면 안 돼"
"경제지표 안 좋다 단정 말아야…소득주도성장, 지나치게 정쟁화돼"

(키토·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내년 총선에서의 본인의 역할론과 관련해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 거기서 뭔가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키토에서 순방 동행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도는 해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의 의미에 대해 "현직 총리가 구체적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 총리는 본인의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답을 아꼈다. 기자단이 '총리 임기 뒤에 국가를 위해 더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대선 출마에 대한 우회적인 질문을 던지자 "제가 계획을 세워놓고 사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다"라며 "몇살에 뭐하고, 몇살에 뭐하고 이런 게 없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인 21년, 4선 국회의원, 도지사에 이어 총리직에 오른 이 총리는 "내 인생에 무직 상태가 기자 사표를 내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50일뿐이었다"며 "공백이 있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이 부럽다. 저는 공백이 있으면 굶어 죽는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총리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본인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선 일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리는 '정치인 이낙연이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의 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지향할 것은 이미 다 나와 있다"며 "거기에 굳이 더 얹자면, 결과로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늘 현장을 강조하고 정책의 실행력을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이라며 "(정치적 지향은) 삶의 개선이나 우리 사회의 진화 같은 결과로 나타나야 하며, 총리로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의 기교는 오래 가지 않는다"며 "그래서 지향이 중요하고, 지향은 정책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나 외교는 현실에 발을 딛고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남북문제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그들에게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마음 가지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 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제지표를 안 좋다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한 데 대해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분명 1.8% 늘었다"면서 "지난해 4분기가 가장 좋았는데 그것보다 나빠졌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기관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결과를 봐야 한다"며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해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6조7천억원 규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국회가 공전 상태에 빠지면서 추경이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민생을 빨리 도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회를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아스팔트에서 소리 지른다고 민생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을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관련해선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정쟁화되고 있다"며 "논쟁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도 모종의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임금 증가를 통한 가계 소득 증대, 의료비 경감을 통한 가계 지출 감소, 사회안전망 확충 등 3개의 기둥으로 돼 있다"며 "문제로 삼는 것은 이 중 일부인 임금 문제인데 그것을 개편하기 위해 법안을 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되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되 부분적 부작용이 있는 부분은 법안으로 보완하면 된다"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법안 심의에 빨리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분배의 악화 문제와 관련해선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고용으로 밀려난 분들이 있는 것 등 2가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분들이 생겨 전체 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못한 건 분명 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용의 틀 안에선 개선이 분명히 되고 있고, 그것을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단지 그 (고용의) 울타리를 벗어난 분들이 계시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고,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대기업 총수들의 만남이 늘어난 데 대해선 "기업을 위해 가는 것이지 특정인을 만나려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에 힘이 되는 정부가 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한미 정상의 최근 통화에서 드러났듯이 대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빨리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논의 등을 위한 대북특사 파견 문제에 대해선 "특사는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입장이) 일치돼야 오고 가는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특사 파견 이야기가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 총리는 "숨 가쁘게 왔다"며 짧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강원 산불, 메르스, 가축 전염병 등 안전 중에서도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제도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9박 11일간의 5개국 순방에 대해 "우리 기업 지원, 외교 다변화라는 2가지 목표에 비교적 충실히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는 빈번해졌지만, 여전히 정상급 외교에 공백이 많다"며 "우리는 경제나 외교의 대외의존도가 몹시 높은 나라로서, 외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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