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정부 맹비난…"대선 결과에 대해 엘리트층 자기비판 필요"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부패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옥중 인터뷰'를 통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를 맹비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유력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와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등 2개 매체와 한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은 지금 정신 나간 무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해 4월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이후 처음이다.

2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지난달 초 손자 사망, 보우소나루 정부, 자신에 대한 부패혐의 등에 관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날마다 잠을 잘 자고 있으나 나를 구속한 자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며 부패 수사를 담당한 데우탄 달라기뇨우 연방검사와 현재 법무장관인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를 비난했다.

이어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가 확고한 정당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브라질의 엘리트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당선된 데 대해 자기비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상태다.

룰라 전 대통령은 수감 상태에서도 쪽지와 서한, 측근의 전언 등을 통해 좌파 노동자당(PT)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지아스 토폴리 대법원장은 언론 자유와 개인의 자기 방어권을 폭넓게 인정한다는 취지로 지난 18일 룰라 전 대통령 '옥중 인터뷰'를 허용했다.

폴랴 지 상파울루는 지난해 9월 룰라 전 대통령이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언론과의 접촉을 금지한 것은 아니라며 대법원에 인터뷰 허용을 요청한 바 있다.

한편, 브라질 연방고등법원은 지난 23일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형량을 12년 1개월에서 8년 10개월 20일로 줄였다.

고법 판사들은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구체적인 증거 없이 대부분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용된 부패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미나에 보낸 서한에서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진짜 도적'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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