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수년간 병원에서 거짓 통증을 호소해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밀수출해온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아내가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미국 국적 남성 A씨(39)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해 17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의 부인 B씨(35)는 A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거짓으로 통증을 호소하며 서울시내 여러 병원 등을 돌며 펜타닐 패치, 옥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이들 부부가 5년간 해외로 밀수출한 마약류는 12억원어치에 달한다.

옥시코돈과 펜타닐 패치은 마약성 진통제로 의료 전문가의 관리 하에 처방 가능한 약물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미국에 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온 몸이 아프다. 현지에서도 처방 받았다"라며 여러 병원에서 펜타닐 페치 등을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A씨는 마약 의존도가 심한 중독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의하면 2013년 '회화 지도 비자'를 통해 국내에 들어와 장기 체류하면서 영어 강사로 근무했던 A씨는 강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을 잃어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옥시코돈 등 알약류는 마우스에, 주로 패치 형태로 처방되는 펜타닐은 책 등에 숨겨 국제 택배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 등 32개 나라에 총 841회에 걸쳐 마약류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마약을 부쳐준다고 광고를 해 구매자를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 넘게 이어지던 이들의 범행은 미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로부터 '미국 세관에서 의료용 마약류가 숨겨진 수출품을 압수했다'는 첩보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국정원, 관세청 서울본부세관과의 공조를 통해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이들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은 범죄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미국 사람이다 보니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는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내국인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으면 타 병원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는데 A씨의 경우는 다른 병원에서 처방 내역을 알 수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5곳의 병원을 확인하고 이를 식약처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은 대부분 대형병원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등 작은 병원이었다"라며 "정부기관에서 병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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