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마리 둥지 틀고 산란…수위 상승으로 모래섬 잠겨 인공 구조물 설치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바닷새로 멸종 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가 국내 처음으로 인공 모래섬에서 서식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호 한가운데 만든 모래섬에 쇠제비갈매기 70여 마리가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짝짓기에 이어 둥지를 틀고 산란을 시작했다.

게다가 빙어를 잡으려고 자맥질하는 모습과 잡은 먹이로 암컷 환심을 사려는 수컷 구애 장면도 관찰했다.

이에 따라 쇠제비갈매기는 7년 연속 안동호를 찾은 기록을 이어갔다.

쇠제비갈매기가 내륙 안동호를 찾는 것은 빙어와 같은 풍부한 먹이가 있는 데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때문으로 본다.

시는 2013년부터 안동호 모래섬(일명 쇠제비섬)에 6년 연속 날아든 쇠제비갈매기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지난 3월부터 대체 서식지 역할을 할 인공섬 조성에 나서 지난 3일 완료했다.

2018년 봉화, 태백 등 안동댐 상류에 많은 비가 내려 수위 상승으로 기존 모래섬이 물에 잠겨서다.

조류 전문가 의견을 듣고 먼저 물에 뜨는 가로 50㎝ 세로 50cm 구조물을 연결하고 실제 모래섬 절반인 가로 50m, 세로 20m로 면적 1천㎡인 바지선을 만들었다.

이어 바지선 위에 배수가 잘되도록 부직포를 깔고 모래 120여t을 얹은 뒤 모래섬과 비슷한 지형으로 조성해 물속에 있는 옛 쇠제비섬까지 옮겨 12개 닻으로 고정했다.

새끼 보호를 위해 수리부엉이 등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 수면에서 새끼들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경사면도 만들었다.

쇠제비갈매기가 인공 모래섬에 과잉 반응할 것을 우려해 쇠제비갈매기와 똑같이 생긴 모형 12개도 설치했다.

또 실제 쇠제비갈매기 소리를 내는 음향장치를 주기적으로 틀어 낯선 환경을 경계하는 것을 방지했다고 한다.

안동시는 인공 모래섬 주변을 쇠제비갈매기 번식 활동이 끝나는 7월 말까지 낚시금지 구역으로 지정해 지도·단속한다.

호주에서 1만km를 날아와 4월에서 7월 사이 한국, 일본, 동남아 등에서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는 2013년부터 내륙 민물 호수인 안동댐에 날아와 작은 모래섬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다.

한때 낙동강 하구가 3천∼4천 마리가 살던 우리나라 최대 서식지였으나 환경 변화로 해마다 개체 수가 줄다가 몇 년 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안동시 관계자는 "조류학계는 현재 낙동강 유역에서 안동호 모래섬이 쇠제비갈매기 유일한 집단 서식지라고 한다"며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을 생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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