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번트 작가' 아들 둔 박소현씨…아들은 국회서 특별전 열어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게 현대 미술인데, 자폐아들은 그 점을 타고나는 것 같아요. 일반 작가분들도 영감을 얻는다고 하시더라구요."

국회에서 서번트 작가 특별전을 여는 발달장애인 연호석(23) 씨의 어머니 박소현(51) 씨는 장애인의 날인 20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의 '특별함'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폐증을 앓는 연씨에게는 '서번트 증후군'이 있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이 미술, 음악 등 특정 분야에 비상한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연씨는 이달 29일까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밀알복지재단 주최로 열리는 전시회 '그림으로 세상에 나오다'에 자신과 같은 서번트 작가 9명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그는 '줄기' 등 2점을 출품했다.

나무와 꽃 같은 자연물이나 풍경을 강렬한 색채와 힘이 넘치는 붓 터치로 캔버스에 구현하는 게 연씨의 트레이드 마크로 평가된다.

연씨는 중학생 때 그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교 숙제 때문이었지만, 이후 재미를 붙여 실력이 눈 깜짝할 새 늘었다.

박씨는 "여러 공모전에 나갔는데 상을 많이 받았다"며 "선생님도 호석이가 재능이 있다고 하셔서 아이가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연씨는 이후 2016년부터 밀알복지재단에서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아는 단어를 내뱉는 수준으로 소통할 뿐이지만 그림을 그릴 땐 아들의 눈빛부터 달라진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아이가 솔직하게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해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림 그릴 때는 자신을 과감하게 표출하고 굉장히 즐거워한다"며 "그림을 그리고 작가의 길을 가는 것이 아이의 재능이라 생각해 나도 힘들지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상생활에서 자폐는 장애지만 미술에선 오히려 강점이라고 말한다.

"일반 작가들도 어떤 그림을 그릴까 고심을 많이 하는데, 자폐성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서 새로운 시선이라고 영감을 받는다고 해요"

그는 "자폐성 아이들의 특성이 나름의 법칙을 세워두고 꼭 지키려 한다는 점인데, 호석이도 한번 앉으면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며 "3∼4시간 걸리는 그림도 한 자리에서 가뿐하게 완성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그림을 그리자 박씨는 아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아들의 그림을 보면서 더 세련되게 보였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호석이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게 그릴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런 순수함, 단순화가 아이의 장점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 시각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소개했다.

화가로서 연씨의 꿈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연씨는 현재 지역복지관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배우고 일주일에 두 번씩 작업실을 대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는 한국미술협회·한국자연미술협회·해비치협동조합 후원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작품을 내고, 내달 중에는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박씨는 "일반 작가도 그렇지만 호석이가 언제까지 과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앞이 막막하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일단 장애 인식 개선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반 작가들보다 문을 더 열어달라는 것은 억지"라며 "우리가 좋은 영향력을 미쳐 세상을 변화할 수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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