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자금 1조∼2조원 예상…"자금력 바탕으로 항공업과 시너지 고려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매각 절차를 밟게 되면서 어느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가에서는 SK, 한화, CJ, 애경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면밀히 검토하며 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매각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호산업[002990]은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침을 확정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대한항공[003490]에 이어 제2국적항공사로 금호그룹 품에서 30년간 항공업 노하우를 쌓은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서는 최소 1조원에서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 지분의 현재 시장 가격이 3천억원을 상회하고, 여기에 계열사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매각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은 필요할 것이라는 게 금융가와 재계의 계산이다.

먼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수 가능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작년 7월부터 이미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흘러나와 이에 대한 공시 요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SK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지만, 최규남 전 제주항공[089590]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행보가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읽혔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자금력이 충분할 뿐 아니라 항공업에 진출할 경우 정유, 물류, 레저, 호텔, 면세점, 통신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SK그룹 측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한화그룹도 항공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항공기 엔진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를 설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작년 10월 한화 기계 부문 항공사업도 인수했다. 한화 항공사업은 항공기 구동·유압·연료 분야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 중 착륙장치 등 사업을 한다.

한화는 작년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던 전력도 있다. 결국 투자금을 회수하긴 했지만, 그만큼 항공업 진출에 관심이 많다.

한화 역시 인수설을 부인하며 "에어로케이에 대한 투자는 소수 지분만 취득한 단순 재무적 투자이므로 항공업에 대한 의지로 볼 수 없고, 부품은 항공기제조업과 관련된 것이지 항공업과는 무관하다"면서 "일각의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도 아시아나 인수 시 시너지 효과 등 손익계산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애경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전략적투자자나 재무적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과 롯데그룹도 물류업을 기반으로 항공운송 사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과 CJ그룹 역시 "전혀 계획이 없다. 논의 중인 내용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면세점 사업을 통한 시장 확대를 모색하는 신세계그룹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 티웨이항공[091810] 인수를 추진하다가 포기한 전력이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신규 LCC인 플라이강원에 투자한 이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수익이 개선되고 매력적인 업종으로 꼽히는 항공업 진출 기회가 열려 다양한 강도로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인수전에 뛰어드는 기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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