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TV·스마트폰·반도체 생산 중·일 '희비'…대외환경 대응 실패
"한국도 중국과 기술격차 만으로 미래경쟁 우위 담보 못해"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과거 글로벌 IT·가전 업계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일본이 최근 급속도로 영향력을 잃어가는 반면 중국이 '신흥강자'로 급부상하면서 시장 지형이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TV와 휴대전화 등에서 글로벌 1위 점유율을 지키고 있으나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가 최근 발간한 '2018년 중국·일본의 주요 품목 생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IT·가전제품의 생산이 큰 폭으로 늘었으나 일본은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 우선 지난해 국내 컬러TV 생산 대수가 전년보다 15.6%나 늘어난 2억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저가 제품은 물론 프리미엄 TV 생산도 대폭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중국 '스카이워스'는 올해 생산능력을 기존 15만대에서 100만대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지난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또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내수 수요가 살아난 덕분에 냉장고 생산이 전년보다 2.5% 증가한 7천900만대, 에어컨도 10.0%나 증가한 2억1천만대에 달했다. 다만 세탁기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영향으로 0.4% 줄었다.

휴대전화는 미국 애플의 중국 현지 생산 감소 등으로 4.1% 감소했으나 무려 18억대에 달했으며, 스마트폰 배터리 등에 이용되는 리튬이온 전지 생산 대수는 139억9천만개로 12.9%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지난해 컬러TV 생산 대수가 전년보다 4.6% 감소한 40만대에 그쳤다. 중국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TV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 등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소니를 필두로 과거 전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뽐내며 업계를 주도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장면이다.

휴대전화 생산도 27.8% 감소한 455만대에 그쳤고,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은 3억3천만개로 19.7% 줄었다.

보고서는 "소니와 교세라, 샤프, 산요 등 일본 휴대전화 업체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면서 "주요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안주함에 따라 세계 시장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면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도 지난해 일본은 집적회로(-8.6%), 전자회로기판(PCB)(-1.0%), 반도체소자(-0.7%) 등에서 모두 생산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980년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치킨 게임'을 통해 1970년대까지 메모리 시장을 장악했던 미국 인텔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면서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고비용·고품질 전략을 고수하면서 한국에 밀려 급격히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쇠퇴한 원인은 한국과의 기술격차 축소가 아니라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로, 한국도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미래 경쟁 우위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면서 중국 내 제품 생산이 급격히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기술격차도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면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 '기술 초격차'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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