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첨단기법 도입해 조사…"악취 직접 증거도 확보 가능"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 의문으로 남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악취를 정부가 최첨단기법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5일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은 지난달부터 송도지역의 악취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환경부의 의뢰로 12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매년 증가하는 송도지역의 악취 민원에 따라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실제 송도를 포함한 연수구의 악취 민원은 2016년 87건에서 2017년 153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가 지난해인 2018년 618건으로 폭증했다.

송도 주민들은 "가스 냄새와 탄내가 난다"며 불편을 호소했고 연수구는 관내 주요 악취관리시설을 점검하며 원인을 조사했다.

송도 내 인천종합에너지·자원순환시설 등 주요 시설과 인근 지역에 있는 인천 남동공단· 경기 시흥 시화공단 등이 발생지로 지목되면서 조사가 이뤄졌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악취 원인은 의문으로 남았다.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은 기존 조사가 악취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취는 바람 등 기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순식간에 발생했다가 사라지거나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을 띤다.

그동안 시행된 조사는 뒤늦게 악취 현장에서 냄새를 맡아보거나 공기를 포집해 연구시설에서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런 탓에 분석 정확도가 낮고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악취 발생지 추적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이뤄지는 조사는 그동안 송도지역에 동원되지 않았던 최첨단 장비와 최신 악취분석기법이 도입되기 때문에 결과를 기대할만하다는 게 한국환경공단의 설명이다.

우선 '화학적이온화질량분석기(SIFT-MS)' 2대와 '광학가스이미징카메라(OGI camera)' 1대 등 최첨단 장비가 투입된다.

화학적이온화질량분석기는 공기 중의 악취 성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장비다.

차량에 설치돼 송도 곳곳을 이동하며 악취(지정악취물질 22종)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공기를 포집해 연구시설에서 악취를 분석하는 방법보다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또 실시간으로 나오는 분석 결과를 따라 악취 발생지를 곧바로 추적할 수도 있다.

광학가스이미징카메라는 냄새를 시각화하는 장비로 특정 시설에서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 악취가 발생하는 현장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해 직접적인 악취 발생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악취분석기법인 '악취 모의계산 분석'이다.

이 기법은 악취의 종류·성분·빈도와 기후 조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악취의 발생부터 이동 경로까지 입체적으로 악취를 추적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를 위해 한국환경공단은 12월까지 송도지역 43개 지점, 주요 악취관리시설 50곳, 악취가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송도 경계지역 4곳 등 주요지점에서 악취를 주기적으로 포집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또 송도지역 4곳에 기후 측정 장비를 설치해 기온·풍향·습도 등 기후자료를 모으는 한편 연수구가 송도 곳곳에 설치한 '악취자동채취장치'도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악취 저감방안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인천시와 연수구에 권고할 방침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이번 악취 실태조사는 과거에 발생한 악취의 원인을 밝힐 수는 없다"며 "하지만 그동안 이뤄진 조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된 첨단기술을 동원했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하는 악취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 내 악취관리지역은 남동공단, 서구 가좌동 일대, 검단산업단지, 동구 화수·송현동 일대, 중구 북성동 일대 등 11곳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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