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투르크대 연구진, 백혈구의 비장 진입 경로도 새로 규명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비장은 복강의 왼쪽 뒷부분 횡격막 밑에 있는 인체에서 가장 큰 림프기관(lymphoid organ)으로 오래된 적혈구를 파괴하고 새로운 항체를 형성한다.

비장 내부는 수많은 비수(脾髓·pulp)로 이뤄졌는데 적혈구를 파괴하는 게 적(赤) 비수, 항체를 생성하는 게 백(白) 비수다. 비장의 항체 생성은 매우 중요해 비장을 제거하면 당장 세균 감염의 위험에 처한다.

지금까지 백혈구는 백비수를 둘러싼 변연부(marginal zone)를 통해 혈류를 타고 비장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의 연구에서도 무엇이 백혈구의 비장 진입을 제어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핀란드 투르크 대학 과학자들이, 학계의 기존 통설을 깨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백혈구가 주로 적비수 혈관을 통해 비장에 들어온 뒤 다른 부위로 퍼진다는 것이다. 이들 과학자는 백혈구의 이런 이동을 제어하는 분자 물질도 처음 발견했다.

2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의 시르파 얄카넨 면역학 교수와 마이야 홀멘 임상의학 연구원이 이번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팀은 Clever-1(Common Lymphatic and Vascular Endothelial Receptor-1)이라는 수용체가 백혈구 이동을 제어한다는 걸 인간과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이 수용체는 앞서 연구팀이 발견한 것인데 이번에 그 기능이 밝혀졌다.

홀멘 연구원은 "비장에 들어오는 백혈구는 곧바로 혈관 내벽에서 Clever-1 분자에 달라붙는다. Clever-1은 혈관이 생성하는 다른 분자 물질의 발현도 통제하는데 그중에는 항체 생성 백혈구를 유인하는 물질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얄카넨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비장에 대한 인식을 교과서 내용까지 바꾸는 것"이라면서 "미래에는 Clever-1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비장에서 나타나는 면역 반응을 제어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연구보고서는 의학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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