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영아 유기 992건…한 해 평균 100명꼴 유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경제적 이유 등 원인 다양"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께 충북 제천시 제천역에 막 도착한 대전발 충북선 무궁화 열차 객실 안.

승객들이 모두 떠난 뒤 객실을 청소하던 근로자 A 씨는 화장실 변기 뚜껑을 열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탯줄이 그대로 남은 신생아가 변기 내부에 웅크린 채 버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가 급히 출동했지만, 신생아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자신의 아기를 버리고 달아난 엄마는 대학생 B(21)씨였다.

그녀는 자신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부담감을 느끼고 사건 발생 다음 날인 30일 오전 6시 30분께 충주의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국토교통부 영주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B 씨를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35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주택가 대문 앞 화분용 욕조. 내부에는 C(1)군이 담요에 싸여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지만, C 군은 이미 차가운 시신 상태였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메모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0시 3분께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한 교회 앞에서도 신생아가 행인에게 발견됐다.

저체온증 증상을 보인 신생아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조사에 나선 경찰은 신생아의 엄마로 추정되는 D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신생아 유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소중한 생명이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길거리나 열차 등에 버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2017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아유기 사건은 최근 10년(2007년∼2016년)간 992건 발생했다.

한 해 평균 100건가량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아유기 사건의 피의자 대부분은 미혼모"라며 "사회적 시선이 불편해 아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인 대전자모원 박수진 사무국장은 "영아유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혼모를 심리·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혼모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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