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인지…보고서 내용만으로도 차관 임명 안 되는 상황"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을 정도로 의혹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민정수석실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28일 "김 전 차관이 지명되기 전 민정수석실도 자체 조사를 거쳐 별장 성접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당시 민정수석실에서는 고위직 인사 때 작성하는 통상적 검증보고서와 별개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공직자 인사검증과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됐다. 당시 성접대 의혹 관련 보고서는 여러 건 생산됐고,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당시 보고서는 단순히 풍문을 정리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그 내용 정도로만 해도 김 전 차관이 차관으로 임명돼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여러 건의 보고서가 생산된 점을 고려하면 경찰과 별개로 민정수석실도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를 확인했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김 전 차관은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됐고, 이틀 후 취임했다가 언론보도에 이름이 오르는 등 의혹이 확산하자 엿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부실검증 의혹을 놓고 당시 민정수석실 책임자급 인사들은 "경찰이 허위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당시 경찰 관계자들은 "보고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경찰 수사와 별개로 민정수석실에서 자체 조사를 거쳐 보고서까지 생산했다면 청와대도 의혹 내용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임명이 이뤄진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 민정수석실 보고서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가 향후 확인돼야 할 대상이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성접대 의혹 관련 보고서를 올렸으나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정수석이던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김 차관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시중에 도는 소문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나"라며 조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5일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하면서 2013년 당시 김 전 차관 임명 과정의 의혹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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