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주도 피의자 B씨 '치정문제' 주장…경찰 "동기 수사 중"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부에 의해 살해돼 4년 넘게 시멘트와 흙으로 덮인 채 부산의 한 주택 고무통 안에 놓여있던 20대 여성의 유골은 너무도 작았다.

경찰이 "아이의 유골로 착각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피해 여성 A(당시 21세)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원룸에서 B(28·여)씨와 B씨 남편 C(28)씨에 의해 살해됐다.

B씨는 그녀가 한때 믿고 많이 의지했던 2살 많은 언니였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범행이 있기 7개월 전쯤인 그해 5월 경북지역 한 휴대전화 제조공장에서 일하며 만났다.

A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오빠와 함께 살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린 나이에도 고향을 떠나 공장에 취업해야 했다.

당시 23살이던 B씨도 비슷한 처지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당시 1살짜리 갓난아기도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아기를 부산에 있는 어머니와 남편에게 맡기고 타지에서 취업한 상태였다.

A씨는 B씨를 많이 따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B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가서 함께 살자고 제안하자 선뜻 B씨를 따라나섰다.

경찰은 "A씨가 번 돈 대부분을 고향 집에 보내고 어렵게 사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B씨가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부산에서 언니 가족과 함께 3주 정도 함께 생활하다가 원룸으로 독립했다.

당시 B씨 집에는 B 씨의 아기와 어머니, 남편이 있었다. 범행 전후로 B씨가 임신해 지금은 아이가 두 명인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A씨가 함께 살면서 사건의 발단이 된 불편한 일들이 생겼던 것 같다"면서 "B씨는 'A씨가 자신의 남편 C씨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서 주장하며 '죽이고 싶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치정 관계에 의한 살해가 맞는지는 향후 수사할 계획이다.

A씨, B씨 모두 서로 믿고의지하는 사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몇 개월 뒤 사건이 터졌다.

부부는 매우 잔혹했다.

A씨가 숨진 뒤 A씨를 원룸 안에 있던 여행용 가방(가로 44㎝, 세로 76㎝, 폭 30㎝)에 담고 시멘트를 사와 들이부었다.

이들 부부는 폭행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연락이 두절되면서 A씨 가족들은 1년 뒤 실종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범행 전부터 연락이 뜸했던 데다가 A씨 가족들이 수시로 월세방을 전전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A씨를 적극적으로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부산에서 아는 언니와 지낸다'는 마지막 연락을 하기는 했지만, 가족들은 어떤 언니와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범행은 올해 B씨가 남편과 이혼한 뒤 지인과 술자리를 하던 중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해당 지인을 상대로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B씨가 당시 술을 얼마나 마셨고, 사건 발설이 실수였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잔혹한 범행이 4년 만에 전모가 드러나고 피의자들이 엄벌에 처해져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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