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병원 진료 등 이용 제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대상으로 한정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에 불복해 녹지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내국인 병원 진료제한 규정이 없는 사업계획서가 논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제주도가 공개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의 녹지병원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제주는 중국·일본 등 외국인관광객과 헬스케어타운 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녹지병원의 주요한 이용 대상으로 미용성형·건강검진 등 비보험과목 중심의 휴양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 운영한다고 계획했다.

녹지제주는 사업계획서상에 외국인을 주요 이용대상으로 했으나 내국인에 대한 진료 등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영리병원 반대단체들은 2015년 12월 정부가 녹지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할 당시 "사업계획서상으로는 미용성형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내국인이 건강보험 적용을 포기하고 비싼 비용 지불을 감수한다면 내국인도 녹지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에 따라 "녹지병원에 드나드는 내국인 환자가 많아진다면 국내 의료계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는 영리병원의 확대와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녹지제주도 지난달 15일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병원개설허가가 병원경영에 지장을 준다면서 도를 상대로 조건부 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도는 지난해 12월 5일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으로 녹지병원의 개설을 허가했다.

도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한 경우 진료거부 금지 등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할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고 도는 설명했다.

녹지제주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토지매입 및 건설비 668억원·운영비 110억원)을 들여 건립된다. 의사(9명)·간호사(28명)·약사(1명), 의료기사(4명)·간호조무사(16명), 사무직원(76명) 등 134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구상됐다.

2만8천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을 갖출 예정이었다.

의료진의 국적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지만 녹지병원측은 국내 의료진을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과 제주드림타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다. 중국 상해시에서 50% 출자한 국영기업으로, 작년 매출액은 4천21억 위안(약 73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녹지제주가 병원 개설 허가 이후 의료법이 정한 90일 이내 병원 운영 규정을 어기며 병원 문을 열지 않아 도가 지난 4일부터 녹지병원 설립 취소 청문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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