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취소 사유에 '미세먼지·환경' 없어…정부 지원근거 개정안 발의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행법상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법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 등 환경 유해 요인이 있는 발전소를 문 닫게 하거나 더 친환경적인 발전 연료로 바꾸게 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1일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전기사업법상 정부가 발전사업자의 전기사업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에 미세먼지나 환경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석탄발전소는 설계수명 기간이 만료된 후 계속 운영하려면 정부 허가가 필요한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정해진 수명이 없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6기를 조기에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석탄발전소를 문 닫게 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부분 석탄발전사업자가 공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조기 폐쇄를 설득하고 있으며 행정지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공기업은 국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포괄적 의무가 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에너지법 4조도 "에너지공급자와 에너지사용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시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지도와 설득만으로 석탄발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산업부는 과거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을 요청했을 때도 행정지도를 활용했는데 이를 두고서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발전사업자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조기 폐쇄를 결정해도 관련 비용을 지원받을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2038년까지 탈석탄을 선언한 독일의 경우 발전소와 실직자 지원금 등 관련 비용으로 20년간 400억 유로(약 51조3천3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한국은 비용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석탄발전사업자 대부분이 공기업이지만, 2022년까지 새로 들어서는 석탄발전소 7기 중 6기는 민간기업이라 행정지도를 활용할 수도 없다.

이런 가운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의락 의원은 지난 8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거나 친환경 연료로 전환할 때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준공일부터 25년 이상 됐으며,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간이 지난 발전소가 환경과 국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사업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에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허가가 취소된 발전사업자가 연료를 다른 연료로 전환해 발전사업을 하려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충남과 수도권 등의 대규모 석탄발전사업자들을 설득해 기존 석탄발전소를 미세먼지를 덜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려고 하는 데 비용을 지원하면 사업자 설득이 더 수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는 개정안이 나오기 전에 사업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소급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환경규제 강화 등을 통해 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데도 정부가 사업허가를 취소할 경우 너무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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