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대책 실효성 의문…인공강우 성공 사례 아직 없어
차량 운행제한은 시민참여가 관건…'대통령 지시에 성급한 대책'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환경부가 7일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의 핵심은 중국과 협력 강화, 고농도 때 차량 운행제한 강화,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러나 이들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연내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양국이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공동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한 실험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이뤄졌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올해 1월 했던 실험도 실패했다.

현재 기술로는 미세먼지를 씻어낼 만큼 많은 비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우리나라는 대체로 고기압 영향권에 있어 인공강우를 만들어내기 부적합한 기상 조건이다.

조 장관은 "여러 논란이 있다"면서도 "중국의 앞선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해 해상 혹은 연안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면 미세먼지 저감 가능성을 도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비상저감조치 공동시행과 관련해서는 중국 대기오염 물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 교환이 충분하게,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량 운행제한 강화의 성공 여부는 시민참여에 달려 있다.

현재는 비상저감조치 때 서울에서 총중량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행정·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조치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비상저감조치 발령 일수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차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둘째 날까지는 5등급, 3∼4일째에는 4등급,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 전국적으로 자발적 2부제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민 불편이 따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새로운 내용은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서울 등 도심의 공공시설 옥상이나 지하철 배출구 등에 설치하면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환경부는 추가경정 예산에 이 사업을 담아 연내에 실시하고 차후에는 공기정화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기당 드는 비용은 1억∼2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조 장관은 "이게 한국의 새로운 공기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의미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과 한반도를 모두 덮을 정도로 광범위한 상황에서 과연 공기정화기 설치로 야외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느냐는 상식적인 의문이 뒤따른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에서 정부는 할 수 있는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환경부가 발표한 방안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미세먼지 저감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하루 만에 성급하게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환경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자료를 이날 오전 9시 공개할 방침이었지만, 내부 조율이 덜 됐다는 이유로 결국 장관 브리핑을 30분 앞둔 오전 10시 30분께야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대통령 지시를 반복하는 의미가 없지 않아 있다"고 인정하며 "우리는 실행을 담당해야 하는 주무 부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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