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육상연맹 "IAAF 규정 고려해 귀화 선수 기록 인정을 3년 유예하기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1)가 한국인 '오주한'으로 42.195㎞를 달린다.

'한국인 오주한'의 데뷔 무대는 17일 서울시 중구 광화문 앞을 출발해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들어오는 2019 서울국제마라톤대회다.

하지만 '한국인' 오주한이 한국기록(이봉주의 2시간 07분 20초)을 넘어서도 '한국 신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대한육상연맹은 6일 "연맹 이사회에서 귀화 선수의 기록 인정을 3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론의 근거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규정이다.

IAAF는 지난해 7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국적 변경 선수의 국가대표 출전이 가능한 시점을 'IAAF 승인 신청 후 3년 뒤'로 정한다"고 밝혔다. 종전 '한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귀화 후 3년이 지나야 새로운 나라의 대표로 뛸 수 있다.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는 귀화 1년 뒤 새로운 국가의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오주한은 케냐 대표로 뛴 적이 없다. 예전 규정을 따르면 지난해 7월 한국 국적을 얻은 오주한은 2019년 8월부터 한국 국가대표로 나설 수 있다. 그러나 IAAF가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면 2021년 8월부터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

대한육상연맹은 이 규정을 근거로 "오주한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시점'부터 그의 기록을 대한육상연맹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결론 내렸다.

연맹 관계자는 "오주한은 한국 선수다.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귀화 선수의 기록 인정과 그 시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IAAF 규정을 거듭 살피며 기록 인정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31일 법무부는 국적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에루페를 우수인재 특별귀화 대상자로 선정했다. 에루페는 2018년 9월 최종면접을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법적 절차를 밟아 청양(淸陽) 오(吳) 씨의 시조가 됐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의 주한(走韓)이란 이름도 얻었다.

그러나 '한국기록 작성'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05분 13초다. 그는 2017년에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06분 57초로 우승했다.

남자마라톤 한국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 07분 20초에 멈춰 있다. 2004년 지영준(2시간 08분 54초) 이후에는 시간 10분 벽을 넘어선 선수조차 없다.

오주한은 2시간 06분대를 꾸준히 뛰는 선수다.

한 관계자는 "오주한이 전국체전 등에서 여러 트랙 종목에 나서면 5,000m, 10,000m에서도 한국기록을 넘어설 것"이라고 '기존 한국 선수와 다른 오주한의 기량'을 설명하기도 했다.

육상계에서는 "오주한이 기존 기록을 깨서 한국 육상에 자극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과 "귀화 선수가 만든 기록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파의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일단 대한육상연맹은 IAAF의 국가대표 출전 규정을 근거로 '3년 유예'를 택했다.

오주한을 발굴하고, 귀화를 도운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오주한은 한국 국적을 얻은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다. 기록 인정 여부를 떠나 좋은 기록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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