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할 수 있으려면 내가 진짜 잘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저는 꽃길만 걷게 하지는 않아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 이시카와 구장에서 최근 만난 김현수(31)는 주장으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이같이 정리했다.

김현수는 LG 이적 두 번째 시즌만에 주장 완장을 찼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 주장을 맡을 것을 제외하면 학창 시절을 통틀어 첫 주장이다.

지난해 김현수의 합류는 LG에 큰 힘이 됐다.

타격왕에 오른 기량도 기량이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적응력으로 더그아웃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했다.

"더그아웃에서 한 명이라도 떠들면,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소신으로 동료들을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류중일 감독은 그런 김현수에게 올 시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김현수가 주장이 되자마자 카지노 출입 파문과 윤대영의 음주운전 사고가 터진 것이다.

팀 분위기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또다시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파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짐작조차가 하기 어렵다.

그는 주장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선수단을 대표해 사과한 것도 김현수지만 침체한 팀 분위기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앞장선 것도 김현수다.

그는 "선수들이 기죽지 않게끔 많이 얘기하고 있다"며 "야구는 분위기가 정말로 중요하다. 다시 분위기를 탈 수 있도록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팀 동료들을 편하게 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김현수는 팀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후배들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김현수는 "어느 정도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후배들도 꽃길만 걷게 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럴 자신도 있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와 불같은 이미지로 유명한 김경문 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서 야구를 배웠다.

그는 "워낙 무서운 감독님 밑에서 컸다"며 "분위기를 압도하는 노하우는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 소속팀인 두산과 LG 구단 관계자들은 김현수에 대해 "굉장히 예의바른 선수지만,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할 줄 안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은 자신이 못하면서 후배들에게 지적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김현수는 솔선수범하면서 지적을 하니 후배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자기 할 일도 못 하면서 후배들을 혼내는 것은 진짜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장인 내가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할 수 있으려면 진짜 잘해야 한다. 내가 먼저 잘하려니까 너무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사석에서 지난해 8위에 머무른 LG가 올해에는 잘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장 김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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