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복 혐의에 노암 촘스키 등도 구명 나서…"총선 전 반대파 탄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한 인도의 저명한 학자가 정부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이 21일 보도했다.

아난드 텔툼브데 교수는 이달 초 인도 남부 뭄바이에서 경찰에 끌려가 8시간가량 구금돼 조사받은 뒤 풀려났다. 앞서 지난해에는 경찰이 텔툼브데 교수를 포함한 여러 학자와 변호사의 집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체제전복과 모디 총리 암살을 기도하는 극좌 마오이스트(Maoist) 반군과 연루됐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9명은 이미 수감된 상태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쉬바지 보드케 푸네시 경찰청 부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좌파 극단주의는 법에 따라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텔툼브데 교수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체제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근거 없이 탄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외신은 인도 카스트 제도 전문 연구가인 그가 소외 계층인 달리트(불가촉천민)의 인권을 옹호하며 정부를 비판하다가 눈 밖에 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2017년 "모디는 히틀러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힌두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모디 정부는 파시즘보다 더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2년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 2천명 이상을 학살할 때 모디 총리가 주 총리로 재임하며 이를 방조했다는 말까지 언급했다.

가뜩이나 이슬람교도나 달리트 등 인도 내 소외 집단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디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발언인 셈이다. 모디 정부의 주 지지층은 대체로 중상층 카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텔툼브데 교수의 안위가 위태로운 처지에 빠지자 세계 지성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노암 촘스키 등 해외 여러 학자가 구명에 나섰다.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등 세계 명문대 교수 600여명은 청원서 등을 통해 텔툼브데 교수에 대한 모든 경찰 조사를 철회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인도 정부에 요구했다.

인도 출신으로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도 "텔툼브데 교수와 관련한 혐의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이라며 텔툼브데 교수를 구금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지성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반모디 인사 중 한 명은 워싱턴포스트에 "모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가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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