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화마에 '폭삭'…"78개 점포, 가게당 1억 피해"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명절 대목 보고 미리 넣어놓은 제사고기들은 다 어쩐단 말인교. 타들어 가는 속이야 말해서 뭐하겠는교."

24일 화마가 할퀴고 간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종합동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양철로 된 지붕이 폭탄을 맞은 듯 완전히 내려앉아 시장 입구가 어디였는지 분간하기 힘든 정도였다.

지붕을 받치던 철제 파이프는 화재 당시 열을 견디지 못하고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둘러쳐 진 수산물종합동 주변에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장사를 했던 상인들이 새벽부터 몰려나와 발만 동동 굴렀다.

한 상인은 "새벽에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달려왔는데 이미 모든 게 다 타버린 상태였다"며 "시커먼 가게가 코앞에 보이는데 경찰이 막고 있으니 들어가 볼 수도 없고 애만 탄다"고 말했다.

불이 난 수산물종합동에는 생선을 파는 가게부터 정육, 고래고기 판매점, 횟집까지 78개 점포가 몰려 있었지만 이번 화재로 모든 점포가 불탔다.

특히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미리 생선이나 고기 등을 준비해 냉장고나 냉동고에 쟁여 넣었던 터라 상인들의 재산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8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한 김모(74)씨는 "생선값만 2천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 설 대목에 팔려고 도미며 조기며 대량으로 준비해뒀는데 모두 불에 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삼오오 모인 상인들은 내려앉은 가게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가게마다 물건값만 수천만원 이상이고, 냉장고나 냉동고 및 각종 설비 등까지 합하면 최소 1억원씩이 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횟집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이 가게가 내 전 재산이다"며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서 꾸려왔는데 홀랑 불에 타버렸으니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상인들은 대목을 앞두고도 당장 장사할 곳이 없어 더 걱정이다.

상인들은 수산물종합동이 완전히 내려앉아 복구가 되려면 최소 3∼5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5, 6세 자녀 두 명을 둔 상인 한모(41)씨는 "언제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대출금 이자 등 매달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막막하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일단 불이 탄 건물 앞에 임시 천막 등을 치고서라도 설 연휴에 장사할 생각이다.

백창오 수산물종합동 번영회장은 "상인들 의견을 모아 시와 협의해서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2시 1분께 울산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종합동에서 불이 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전체면적 1천21㎡ 규모 1층짜리 건물이 붕괴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13억5천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