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세탁하면 흐릿흐릿, 보온효과도 떨어져 사비 구매 착용
노조 "구청, 저품질에도 일부는 최저가보다 2배 비싸게 구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몇 번 빨면 야광이 사라지고, 그것마저도 1년에 한두 차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어두운 새벽 도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부산 동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A씨는 지난해 연말 2019년도 피복을 받고 한숨부터 나왔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방한복, 안전화, 우의, 장화, 방한모, 장갑, 조끼를 받았지만 대부분 상표도 없는 저품질에다 몸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A씨는 "새벽에 찬 바람을 맞으며 청소를 하려면 올해도 직접 옷을 사서 입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도로 청소 현장에서 만난 A씨는 직접 사비로 구매한 패딩과 보온 신발을 착용하고 거리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

구청이 지급한 야광 조끼는 어두운 곳에서 환경미화원 위치를 알리는 유일한 안전장비였지만 이 또한 야광 효과가 떨어져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다.

왜 구청 지급품을 입지 않을까.

A씨는 "구청이 구매해준 방한복에도 야광 테이프가 붙어 있는데 체형에 맞지 않아 불편하고 보온효과가 미미해 도저히 입을 수가 없다"며 "신발, 모자, 장갑 등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구청이 예산 10만원을 들여 지급했다는 방한복.

야광 테이프가 붙어 있기는 한데 효과가 오래갈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또 얇은 솜이 들어 있어 보온효과도 떨어지고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은 재질이라고 한다.

동구청 환경미화원 노조 지부장은 "몇 년 전에는 한 달 신으면 떨어지는 신발과 솜털 잠바를 지급했는데 노조 요구로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게 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4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1인당 의류 비용으로 한 해 동안 예산 31만5천원이 배정되어 있다.

1년 동안 지급되는 의복은 1인당 총 9종류다.

종류별로 배정된 금액은 작업복 5만원, 방한복 10만원, 작업화 4만원, 작업모 1만원, 방한모 1만5천원, 야광 조끼 3만원, 방한 장갑 2만원, 우의 3만원, 장화 2만원이다.

하지만 노조는 수년 동안 배정된 예산보다 훨씬 저가 상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지급받은 제품을 인터넷 판매가를 검색해본 결과 3만원이 배정된 우의는 1만8천원, 1만5천원이 배정된 방한모는 7천9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10만원이 배정된 방한복은 상표가 없어 정확한 가격 알기 어려웠지만 3만5천원∼7만원에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노조는 추정했다.

소모품으로 지급되는 코팅 장갑 또한 1켤레당 1천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만, 실제 지급되는 장갑은 시중에서 300원∼500원이면 구매 가능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환경미화원 피복은 노사 합의를 통해 현장 상황에 맞게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 그간 구청은 다수 환경미화원 의견을 무시한 채 감독직 환경미화원과 논의해 의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관계자는 "온라인 구매가가 오프라인 구매가보다 저렴할 수 있고 감독직 환경미화원들과 협의해 의류를 구매하고 있다"며 "제한된 예산안에서 안전을 우선시해 제품을 선택하다 보니 일부 환경미화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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