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신질환자 오해·편견은 금물…중증 치료·관리는 강화돼야"
네티즌 "심신미약 상태 내세워 감형받는 일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과 관련,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실한 관리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범행을 저지른 박모(30)씨가 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다 퇴원 후 오랜 기간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단 전문가들은 이 사건으로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울증은 비정상적으로 들뜬 상태와 우울한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양극성 정서장애로 조현병의 일종이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을 말한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이번 사건 피의자 박씨는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의 문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안전하지 못한 진료환경에 따른 시스템 문제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강화돼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섣부른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상의 잘못된 정보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실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은 편이다. 2017년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1.2%,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였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비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의 15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해 조현병 환자의 경찰관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대한조현병학회에서도 "조현병 자체가 공격적, 높은 범죄율로 포장돼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가혹하게 확산하는 데에는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며 "범죄와 연관되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은 소수인 데다 그 수도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선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정신질환 치료 전력을 내세워 심신미약 상태를 내세워 감형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의 재범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해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률은 65%로 전체 범죄자(47%)보다 훨씬 높았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및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의협은 정신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어렵게 하는 사회적 인식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학회 등에서도 적절한 보살핌과 치료로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중증 정신질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외래치료 명령을 내리거나 퇴원 사실을 지역 센터에 알릴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퇴원 정신질환자 정보 연계 관련 법안은 국회에 발의됐고,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 법안은 발의 예정으로 여전히 국회 협의 중이다.

일부에서는 박씨의 이번 범행 동기를 두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장면을 모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상류층의 자녀 교육을 소재로 만든 한 드라마에서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흉기를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이 방송된 게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의협은 지난 1일 성명에서 이와 관련해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송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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