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기근 속 '가짜뉴스' 맞서 여권 구원투수 자처
정치 복귀 선 긋지만, 현안 발언마다 시선 집중될 듯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혹세무민 보도가 넘쳐난다"며 극우 '가짜뉴스'에 대항해 내년부터 유튜브 방송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의 향후 행보에 여의도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3년 초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와 야권 후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외견상 '자연인'의 삶을 살아온 그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후임으로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계복귀의 기지개를 켜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지난 수년간 키워온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정치권이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다.

노무현재단은 내년 1월 2일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제목과 기획 의도, 구성을 공식 발표하고, 홍보용 동영상도 공개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분별한 명예훼손을 비롯해 정부·여당을 향한 근거 없는 비판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 개인으로서는 지난 6월 시사프로그램 '썰전'에서 하차한 뒤 예능 프로인 '알쓸신잡'에만 출연하며 현안 발언을 최대한 자제해온 스탠스를 6개월여 만에 바꾸는 것이 된다.

유 이사장 측은 '반(反) 지성주의'를 두고 볼 수 없어서일 뿐 정계복귀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본인 자신도 이런 입장 변화가 정계복귀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 22일 한 행사에서 "팟캐스트를 한다고 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맡아서 밑자락 깐 다음 몸풀기한다'고 보도가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고, 실제 그의 예상대로 됐다.

그는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는 명분으로 '선수'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와중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TV 홍카콜라'로 히트를 친 반면, 민주당 홍보 채널인 '씀'이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내고 있어 확실한 구원투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향후 유튜브 등을 통한 '정치 논객' 행보는 녹녹지 않아 보인다.

그의 비유적이고 해학적인 발언들이 논쟁과 정치적 파장을 야기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과거 자신의 언행에 대해 "꼭 말 안 했어도 되는 걸 괜히 말했던 적도 있고, 남 안 듣는 데서 살짝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말한 적도 있다"며 "벼락출세한 사람에 맞는 처신을 못 했다"고 반성했지만, 곧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리켜 "구치소에 계시면 안 된다. 더 전문적으로 돌봐주는 분들이 있는, 그런 데 계셔야 한다"며 예의 '발톱'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한 출판사가 주최한 강연에서는 '20대 남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엇갈린다'는 질문을 받고 "(젊은 남자는) 군대도 가야 하고 여자들보다 특별히 받은 것이 없다.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ㆍ온라인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불리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의도는 20대 남성들의 심경을 대변하려는 취지였는지 몰라도 '상황을 너무 가볍게 인식하고 발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현동 바른미래당 청년대변인은 "20대 성별 지지율 격차의 원인을 '본인들이 군대ㆍ축구ㆍ게임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 공부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질투'로 이야기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있었다. 유시민 특유의 해학을 섞은 이야기였다 한들, 이 발언은 분명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매주 화요일 하루만 노무현재단으로 출근한다. 평소에는 경기 파주의 한 출판사 건물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 주로 머무르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저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려 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차단하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팟캐스트를 통해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유 이사장은 현실정치의 무대로 깊숙이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러 '가장 슬픈 친노(친노무현)'로 불리는 유 이사장이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문 대통령(역시 과거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다)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유 이사장과 교류하는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서는 '다시 정치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그의 정계복귀 상황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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