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표 100인, 문재인 대통령 면담 촉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저는 오늘 동료를 잃었습니다.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꽃다운 젊은 청춘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정규직 공동 투쟁'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은 일순간 숙연해졌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씨의 한 맺힌 증언 때문이었다.

이 씨는 "오늘 20대 젊은 청춘이 석탄을 이송하는 설비에 끼어 사망했다"며 "그가 죽은 시간을 알 수 없지만, 무려 6시간 방치됐었다고 한다"면서 울먹였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새벽 3시 20분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A(24)씨가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현장설비 운용팀인 A씨는 전날 오후 6시께 출근해 컨베이어를 점검했으며, 오후 10시 이후 연락이 끊겨 동료들이 찾던 중이었다.

그는 "이제 더는 제 옆에서 죽어가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초에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얘기했는데 하청 노동자인 우리도 국민이다. 비정규직 100인과 대화해달라"고 흐느꼈다.

이 씨의 울음 섞인 발언을 듣는 동안 단상에 함께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저마다 눈물을 훔쳤다.

기자회견을 연 비정규직 100인에는 방과 후 강사와 마트 노동자, 방송 드라마 스태프, 환경미화원, 대학 비정규 강사, 특수 경비, 학교상담사, 국립오페라합창단 성악가, 대리운전 노동자, 방재 노동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면서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였는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며 "얼마 안 되는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이었고, 일부에서는 해고 통지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작년 산업안전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의 최우선 가치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라고 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균 6명이 일하다가 죽고, 그중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기다려달라고 한 1년 6개월 동안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넝마주이가 됐고, 주 52시간 근무제는 탄력 근로제와 처벌 유예로 무력화했다"며 "지금도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해고되고 있고, 청소노동자는 중도 계약해지 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가 가기 전에 비정규직과 만나야 한다"며 "대통령이 말한 비정규직 제로 시대,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는 비정규직 문제해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 2조 개정,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을 요구했다.

오는 21일부터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과 만나 이런 요구 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촛불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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