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전인미답' 영역…앞선 남북정상회담, 한달여 전 일정 공식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여부에 대한 북측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연내 답방 가능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연내 답방을 위한 북측의 통보 시점에 '마지노선'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답변이 오더라도 경호 등 실무 준비에 열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개최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이나, 역시 '초유의 이벤트'였던 북미정상회담 사례를 봤을 때도 물리적으로 상당한 준비 시간이 소요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은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열렸던 5월 회담을 제외하면 특사 방북이나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한 달 이상 앞서 시기·일정을 공식화하는 수순을 밟았다.

4·27 판문점 회담의 경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남측 특사단이 3월 5∼6일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4월 말 판문점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이후 3월 29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날짜를 4월 27일로 확정했다.

4월 5∼23일 사이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이 3차례, 통신 실무회담이 2차례 열리는 등 촘촘한 준비 협의가 진행됐다.

9월 18∼20일 열린 평양 정상회담 때도 남북은 물밑접촉 등을 거쳐 한 달여 전인 8월 13일에 고위급회담을 열고 논의를 공식화했다. 당시 고위급회담에서 '9월 개최'에 합의한 데 이어, 9월 5일에는 또다시 정의용 실장이 이끄는 특사단이 방북해 문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을 나흘 앞둔 9월 14일에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과 북한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고위 실무회담을 열어 경호·보도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5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극비리에 열린 남북 정상의 '깜짝 회동'을 빼고는 남북이 모두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일정과 실무사항을 조율해 나간 것이다.

5월 정상회담은 6·12 북미정상회담의 좌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원포인트' 회담이었기 때문에 대형 이벤트 요소가 컸던 4·9월 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남측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그나마 2000년과 2007년 사례를 참고로 삼을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북한 실무진 입장에서도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사상 처음으로 남쪽을 찾는 최고지도자가 되는 만큼 북한도 의전·경호 등을 허투루 준비할 수 없으리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은 100%의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환경이어서 판문점·평양 정상회담과는 난이도가 다르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측에 촉박하게 답방 의사를 통보하기보다는 신중한 검토·준비를 해나가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때도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개최국인 싱가포르와도 밀도 높은 협의를 벌였다.

김창선 부장은 5월 28일 싱가포르에 들어가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 실무팀과 열흘가량 의전 협의를 진행했다. 이 기간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판문점에서 수차례 만나 합의문 내용을 조율했다.

다만, 형식에 덜 얽매이고 약속 이행을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격적으로 연내 방남을 결정해 내려올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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