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위탁 보호처분 받았지만 취업제한 규정 벗어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2년여 전 아동학대 의혹으로 사퇴했던 시설장이 해당 시설에 재취업할 것으로 보여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6일 A복지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동복지시설인 A지역아동센터의 신임 센터장 최종후보자로 홍 모 씨를 선정했다.

재단은 지난달 초 센터장 채용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를 진행해 왔다. 지원자 가운데 8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으며 홍씨는 이 가운데 최종후보자로 낙점돼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홍씨는 바로 이 곳에서 센터장으로 일하다 아동학대 의혹으로 2년 전 물러난 인물이다.

홍씨의 아동학대 의혹은 2016년 9월 내부고발을 통해 드러났다.

홍씨가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폭행해온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공익제보안심변호사를 통해 이를 서울시에 알렸다. 감사에 착수한 서울시는 홍씨를 직위해제했고, 홍씨는 같은 해 11월 말 스스로 센터를 떠났다.

아동학대 의혹으로 A지역아동센터에는 2개월간 운영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홍씨는 지난해 재판에 섰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7월 홍씨에게 일정 기간 지정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라는 상담위탁 보호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A복지재단은 홍씨의 복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홍씨가 혐의를 벗었고 센터를 맡을 적임자로 보고 있다"며 "범죄경력조회 결과 드러나는 문제가 없으면 3개월간 수습 기간을 거친 뒤 센터장으로 정식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10년간 학교 등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홍씨의 경우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이 내려져 취업제한 규정을 벗어나 있다.

이처럼 홍씨의 복귀가 기정사실이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내부고발자는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의 공익제보를 대리했던 변호사는 "비록 법원이 가벼운 형사처분을 내렸다고 하나 홍씨가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다"며 "심지어 홍씨의 아동학대로 트라우마를 겪는 아동들이 여전히 시설에 있는데도 해당 기관에 재취업이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은 또다시 폭력을 겪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며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서도 재단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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