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홈으로 쓰는 타자 중 역대 3번째 홈런왕, MVP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 중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모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김재환(30·두산 베어스)도 그 영예를 이어갔다.

김재환은 19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두산에서 배출한 역대 3번째 타자 MVP다. 1995년 김상호(당시는 OB)가 25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뒤 MVP를 받았고 타이론 우즈도 1998년 42개의 아치를 그려 홈런왕에 오른 뒤 MVP의 감격도 누렸다.

김재환은 20년 만에 등장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홈런왕'이다. 그는 올해 44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1위를 차지했다. 타점도 133개를 올려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타이틀 2개를 획득한 김재환은 타율 10위(0.334), 장타율 2위(0.657)에 오르는 등 KBO리그 최정상급 화력을 과시했고, 팀을 정규시즌 1위에 올려놓으며 생애 처음으로 MVP까지 거머쥐었다.

김재환은 시상식에서 "코칭스태프 덕에 홈런왕이 됐고, 앞에서 열심히 뛴 동료 덕에 타점 1위에 올랐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워낙 많아서 내가 이런 상까지 받게 됐다"고 공을 스승과 동료에게 돌렸다.

그는 올해 '두산 거포의 역사'를 바꿔놨다. 우즈의 기록(42홈런)을 넘어 구단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고, 자신이 2016년에 세운 최다 타점 기록(124개)도 새로 썼다.

또한 KBO리그 최초로 3년 연속 타율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과 3년 연속 300루타도 기록했다.

김재환은 꽤 오래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김재환에게 잠실구장의 외야 펜스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 시간이 있었다.

2008년 포수로 입단한 김재환은 곧 1루수로 자리를 옮겼고 외야 훈련도 했다.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한 조처였지만, 김재환은 2015년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는 유망주에 멈춰 있었다.

2016년부터 김재환의 타격 재능이 폭발했다. 그해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을 올린 김재환은 2017년 타율 0.340, 35홈런, 115타점을 기록하며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냈다.

이제 김재환은 KBO리그에서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타자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옆구리를 다친 김재환의 출전 여부가 이슈가 될 만큼 '매 타석 기대가 되는 타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아직 떼지 못한 꼬리표가 있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고, 2012년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날 선 비판이 김재환을 향했다. 김재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며 "죄송한 마음을 안고 성실하게 그라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오점이 남긴 했지만, 김재환은 성실하게 그라운드에 섰고 정상에 올랐다.

김재환은 MVP를 수상한 뒤에도 "(약물 논란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 같은 것이다. 무겁게 가지고 가겠다"며 "남은 인생 더 성실하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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