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여행하고 1만 권 책 읽어"…中 과도한 교육열에 비판 목소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저는 패배를 이겨낼 수 있으며, 꾸지람을 들으면 즉시 저의 행동을 개선합니다. 주사를 맞을 때도 울지 않으며, 의지가 매우 강해 생후 6개월 때부터는 넘어지면 재빨리 일어났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사는 한 5살 소년의 '자기소개서'가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한 유명 블로거가 지난달 30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이 자기소개서에는 사흘 만에 벌써 2만 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3만7천 번 공유됐다.

자기소개서에서 이 어린이는 자신이 1만 권에 달하는 중국어와 영어책을 읽었으며,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 자기소개서에는 어린이가 여행한 세계 각국을 표시한 지도도 첨부됐다.

또한, 이 어린이의 공부와 취미 활동을 적어 놓은 일주일 시간표도 올라와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로 쓴 일기를 찍은 사진도 게재됐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 자기소개서를 보고 우리 부부는 애를 갖는 것을 늦추기로 했다"는 한탄 조의 반응도 있었고, "아이의 행복을 핑계로 부모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라며 준엄하게 꾸짖는 글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유명 사립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자신의 아이를 보내기 위해 장황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자기소개서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교육열이 더 대단한 중국에서는 유명 사립 학교가 요구하는 입학시험과 인터뷰를 통과하기 위해 자녀에게 아주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을 시키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한다.

온라인 사이트에 '모범 자기소개서'가 올라오면 학부모들은 이를 내려받기 바쁜 실정이다.

지난 4월 화제를 모았던 한 자기소개서에서는 6살 어린이가 "저는 생후 3개월부터 말을 배웠고, 3살 때부터 장기와 수영을 배웠습니다. 5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2천 자 이상의 한자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SCMP는 "중국 대도시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취를 위해 가능한 한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며 "상하이 시는 이러한 '자기소개서 열풍'을 우려해 지난 2월 사립학교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 접수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