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진우 기자 = 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서 출발해 미국 뉴욕에 도착한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집단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성명을 통해 에미레이트 항공 203편에 탑승한 약 521명의 승객과 승무원 가운데 1백 명 정도가 비행 도중 몸이 좋지 않다는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 이륙 전부터 독감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중 일부 승객이 구토하는 등 질병 의심 증상이 퍼지자 결국 항공사 측은 신고에 나섰다. 이 여객기는 뉴욕 JFK 공항에 이날 오전 9시 10분에 도착 후 터미널에 닿지 못한 채 격리됐다.

모든 승객은 공항 경찰과 질병 예방통제센터 관계자들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19명이 질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10명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9명은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 당국은 환자 전원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식중독을 지목했지만, 미국 보건 당국은 독감으로 보고 있다. 보건 당국은 "환자들이 인플루엔자(유행성 감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DC 측은 환자가 아닌 승객들의 격리 조치를 해제한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독감이 아닌 메르스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기가 되고 있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CDC 관계자를 인용해 미 보건당국이 메르스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19일~24일은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인 하즈(Haji)와 겹쳐 발병한 승객 중 일부는 이슬람 최대 성지 메카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승객들은 항공사 측이 발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탑승객 중 한 명인 에린 사이크스는 트위터를 통해 "이륙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려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면서 "환자들의 탑승을 허용해서는 안 됐다"라고 지적하며 "승무원들은 착륙 약 30분 전까지도 승객 중 환자가 있다는 말을 전혀 공지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대로 상황을 업데이트해 보고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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