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모유만 먹는 새끼' 위 속에서 플라스틱 나온 건 충격"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이달 초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해안에 떠밀려온 젖먹이 새끼 대왕고래의 위에서 플라스틱 파편이 발견돼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유밖에 먹지 않은 새끼 고래가 잘못해 삼킬 정도로 바다에 다량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NHK가 27일 전했다.

이달 5일 가나가와현 가마쿠라(鎌倉)시 유이가하마(由比ヶ浜) 해안에 몸길이 10m52㎝ 크기의 생후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새끼 대왕고래가 죽은 채 떠올랐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등의 전문가가 자세히 조사한 결과 새끼고래의 위 속에서 접힌 상태의 사방 3㎝ 크기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후 3개월 정도 된 것으로 보이는 이 새끼고래는 아직 모유만 먹는 시기이다. 위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은 먹이를 먹다 삼킨 것이 아니라 헤엄치는 사이에 잘못해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파편이 사망원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플라스틱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지마 유코(田島木綿子) 국립과학박물관 연구부 연구주간은 "생물을 연간 100건 정도 조사하고 있지만 어린 새끼의 위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례는 별로 없다"면서 "어미 젖만 먹는 새끼고래의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 건 큰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바다에 플라스틱이 많이 떠다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스페인 남동부 해안에 밀려온 향고래의 위와 장에서 29㎏에 달하는 플라스틱제 봉지와 페트병 등이 발견됐다. 5월에는 타이 남쪽 해안에 떠밀려온 죽은 고래의 위에서는 80여개의 플라스틱 봉지가 발견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고래가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삼키는 바람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게 돼 쇠약해져 죽은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더 악화해 2050년에는 바닷새의 99%가 플라스틱을 먹는 경험을 하는 등 600종의 해양생물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50년에는 바닷속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은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돼 해양생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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