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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꿈 안고 달리는 'DMZ 트레인'

통일 꿈 안고 달리는 'DMZ 트레인'

  • 임동근 기자
  • 승인 2018.06.08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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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철교를 지나는 DMZ 트레인 [사진/임귀주 기자]
임진강 철교를 지나는 DMZ 트레인 [사진/임귀주 기자]

(파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기차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 개성, 평양, 신의주를 지나 러시아를 가로질러 유럽까지 여행하는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지금은 먼 얘기인 게 사실이지만 북쪽을 향해 달리는 'DMZ 트레인'에 몸을 실으면 자연스레 철마로 대륙에 닿을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오전 10시 서울 용산역 8번 승차장. 3량짜리 미니 열차가 정차해 있다. 흰색 바탕 외관에 분홍빛 무궁화와 사슴, 기러기, 한복을 입고 나란히 손을 잡은 사람들, 그리고 열차의 속성을 보여주는 문구인 '평화열차 DMZ train'이 프린트돼 있다. 서울역, 문산, 운천, 임진강역을 거쳐 북한에 가장 가까운 도라산역까지 가는 DMZ 트레인이다. 오전 10시 8분 외국인 6명을 포함해 30여 명을 태운 열차가 용산역을 출발했다. 열차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을 통과해 북서쪽으로 향한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승객들이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 용산역 출발…현 종착지는 도라산역

열차가 서울역을 통과한 후 승무원은 '출입신청서'를 나눠줬다. 미성년 자녀를 동반한 사람이 자녀의 신분증명 서류를 가져오지 않은 경우에는 '신분보장확인서'도 작성해야 한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승객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관련 이야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몇몇은 "대통령하고 김정은이 지금 큰 도박을 하는 거야" "북한은 도로 사정이 정말 열악하다고 해" "통일되면 우리나라 기업들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질 거야" 등 서로 목청을 높여 대화를 나눈다.

가족들과 여행에 나선 최은미(45) 씨는 "아이들에게 한 번쯤 직접 북한땅과 제3 땅굴을 보여주고 싶어 오게 됐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더 잘해 놨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를 지나자 열차가 속도를 내더니 이내 창밖으로 초록빛 무성한 들판이 펼쳐진다. 열차 내 모니터에서는 DMZ 트레인과 통일 관련 홍보 영상이 나온다. 오전 11시 24분 임진강역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모두 열차에서 내려 헌병으로부터 신원확인을 받은 후 다시 기차에 올랐다.

열차가 다시 출발하자 "지금부터는 오직 DMZ 트레인으로만 갈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창밖을 보며 방송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란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차창 밖으로 임진각, 자유의 다리, 한국전쟁 때 폭파돼 교각만 남은 임진강철교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사라져 간다. 기차는 오전 11시 45분 최종 목적지인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도라산역 '평양방면' 표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도라산역 '평양방면' 표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하는 DMZ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도라산역 개찰구를 나오자 꽤 많은 사람이 역사를 메우고 있다. 외국인도 눈에 많이 띈다. DMZ 전문여행사를 이용하거나 임진각에서 여행상품을 신청해 버스로 민통선 구역으로 들어온 이들이다. 많은 외국인을 보니 DMZ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에서 온 쿠엔틴 레벨 씨는 "도라산평화공원, 도라전망대, 제3 땅굴을 방문했는데 2018년 이 세상에서 이렇게 분단된 나라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북한을 직접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평양방면'이란 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매표소에서는 평양과 서울까지 거리가 표시된 스탬프를 찍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기념품점에서는 태극기, 한반도 모양의 마그네틱, 우표, 동전 등을 팔고 있다.

역사 한쪽에는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란 문구가 들어 있는 기찻길 그림이 걸려 있다. '평양방면' 표지 옆으로 '앞으로 한국철도가 시베리아철도(TSR), 중국철도(TCR)와 연계되는 날, 도라산역은 대륙을 향한 출발점으로 그 의미를 다시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란 사인보드의 글귀가 기찻길 그림을 잘 설명해 주는 듯했다. 한쪽에는 유라시아횡단철도 노선도가 걸려 있다.

'한미 정상 도라산역 방문 연설문'도 눈길을 끈다. 그 아래에는 2002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도라산역을 찾아 평화를 기원하며 서명한 침목이 놓여 있다.

도라산 평화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기념 스탬프를 찍고 있다.
도라산 평화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기념 스탬프를 찍고 있다.

◇ 본격적인 DMZ 관광은 버스 편으로

도라산역 바깥에 서 있는 버스에 오르면 본격적인 DMZ 관광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도라산 평화공원. 입구에는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기러기를 얹은 솟대가 서 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과 숲, 태극 문양 숲, 산책길이 조성된 평화로운 곳이다.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는 색색의 바람개비 설치작품, 분단의 벽을 넘자는 뾰족한 탑 조형물 등도 들어서 있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고, 전시관에서는 민통선 지역의 다양한 동식물을 3D로 관찰할 수 있다. '통일의 숲'과 '연평해전 영웅의 숲', 내한공연을 기념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비틀스 폴 매카트니 평화의 숲'도 둘러볼 만하다. 공원 맨 안쪽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맑은 눈망울의 사슴을 볼 수 있다.

점심은 통일촌 '장단콩 마을'에서 먹는다. 이곳 명물인 콩으로 만든 갖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콩비지,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순두부가 정갈한 반찬과 함께 나오는 장단콩정식, 수육과 쌈 채소가 콩 요리와 함께 나오는 두부보쌈, 두부해물전골, 장단콩국수 등 건강과 맛을 모두 잡은 음식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통일촌식당에서는 다양한 콩 요리와 반찬을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다.

콩비지 만져보기, 순두부·모두부 만들어 먹기, 콩물 짜보기, 절구로 콩 으깨기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150가구 400여 명이 사는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한 가옥들, 북쪽이 건너다보이는 전망대와 포토존을 갖춘 군내면사무소 장단출장소, 알록달록 예쁘게 색칠한 군내초등학교, 1973년 건립된 통일촌교회를 볼 수 있다.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땅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땅

◇ 북녘땅 손에 잡힐 듯한 전망대

다음 목적지는 도라전망대.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망원경 수십 대가 설치된 전망대가 방문객으로 빼곡하다. 망원경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2분간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다. 도라전망대에서 북쪽 풍경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날은 1년에 50~70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북한 지역 지명이 표시된 커다란 사진 속에서 대략의 위치를 파악해 머릿속에 입력하고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남과 북을 잇는 도로와 전기 송전탑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가동을 멈춘 개성공단과 개성시가 시야에 들어온다. 뒤편으로 송악산도 손에 잡힐 듯하다. 오른편으로 태극기와 인공기가 마주 보며 휘날린다. 인공기는 북한의 선전마을인 기정동 마을에 세운 160m 높이의 게양대에 매달려 있다. 가로 30m, 세로 15m에 무게가 275㎏이나 나간다. 맞은편 우리측 대성동 마을에 있는 게양대는 높이가 100m이고, 태극기 크기는 가로 18m, 세로 12m다.

안양에서 온 이재연(50) 씨는 "평소 북한이 멀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너무 가깝고 자동차로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가는 것이 아쉽고 속상하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남북한 왕래가 가능해지면 개성 송악산을 꼭 오르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도라전망대는 오는 9월 북동쪽 160m 지점에 현대식 건물로 이전된다. 현재 전망대보다 북쪽에 11m 더 가깝고, 해발고도가 167m로 12m 더 높아 북쪽이 더 잘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에는 매점과 카페도 들어선다.

DMZ 트레인 승객의 마지막 목적지는 제3땅굴. 1978년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다. 땅굴은 모노레일을 타거나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300m를 내려가면 땅굴이 북쪽을 향해 이어진다. 땅굴은 MDL 170m 지점에서 철문에 가로막혀 있다. 철문 앞에는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흘러간 날짜가 표시돼 있다.

캠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
캠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

◇ 민통선 내 유일한 유스호스텔

통일촌 남쪽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유명해진 곳이다. 드라마 배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르크 기지가 바로 여기다. 사실 이곳은 50여 년간 미2사단 보병대대가 주둔해오다 2007년 우리 정부에 반환된 시설로, 옛 미군 시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문을 들어서 왼쪽으로 옛 장교숙소와 나란하게 있는 4층짜리 건물은 현재 2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민통선 내 유일한 유스호스텔로 용도가 바뀌었다. 객실인 생활관은 좌·우측에 사물함이 비치된 침상이 있는 군대 내무반처럼 꾸며졌다. 복도 벽면은 "그냥 지나가는 운명은 아니었나 봅니다"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 같은 '태양의 후예' 속 명대사가 캘리그래피로 장식돼 있다. 유시진(송중기) 대위 대기실도 있다.

유스호스텔 건물 맞은편에는 군용천막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군번 줄 만들기와 파병부대 군복 체험을 할 수 있고,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나 강모연(송혜교) 의사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크로마키 시설이 마련돼 있다.

더 안쪽으로 이동하면 비닐하우스 모양의 퀀셋(반원형) 막사가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중대 막사, 무기고, 교육실 등으로 사용됐던 건물이 지금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관련 전시, 캠프 그리브스의 발자취 소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 합창단 7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옛 볼링장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체육관, 정비고, 탄약고 등이 남아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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