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수목원에 암·수컷 3마리 생활…한 달만에 방문객 5만명 '인기'

(봉화=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말로만 듣던 백두산 호랑이를 바로 눈앞에서 보니 신기하네요.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식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난달 3일 정식 개장한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찾는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소 구경하기 힘든 백두산 호랑이와 다양한 희귀식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 한 달도 안돼 누적 관람객 수가 5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5천179㏊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에 들어선 수목원의 각종 시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단연 백두산 호랑이 3마리가 지내는 '호랑이 숲'이다.

수목원 중간 지점 산 중턱에 축구장 7개를 합쳐 놓은 규모(4.8㏊)로 호랑이 종 보전·번식을 위해 조성했다.

몸길이 2m∼2m70㎝, 몸무게 180∼250㎏에 이르는 두만(17살·수컷), 우리(7살·수컷), 한청(13살·암컷) 3마리가 함께 생활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5∼7m 높이 철조망이 외곽 경계를 따라 빙 둘러쳐져 있는 숲 안 대방사장에는 우리와 한청이 두 마리만 모습을 보였다.

우리와 한청이는 기대와 달리 바위처럼 만든 인공구조물 밑 그늘에 드러누운 채 관람객을 맞이했다. 가끔 감은 눈을 떠 관람객을 쳐다보고, 기지개를 켜며 뒷다리를 쭉 뻗기도 했지만 좀처럼 그늘 밖을 나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두만이는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숲 안에 있는 또 다른 공간인 간이방사장에서 지낸다.

호랑이는 야생에서 15∼16세, 사육사 등 도움으로 체계적 관리를 받으면 17∼20세까지 산다고 한다.

수목원 측은 "백두산 호랑이는 더위에 약해 낮에는 주로 그늘에 누워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수컷 2마리를 한 공간에 두면 영역 다툼을 하다가 다칠 수도 있어 나이가 많은 호랑이는 따로 생활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호랑이들은 매일 오전 9시∼9시 40분께 방사장으로 나와 생활하다가 오후 5시에 우리로 되돌아간다.

음식은 저녁에 하루 한 번만 준다. 호랑이 1마리가 냉동 소고기 1.5∼2㎏, 냉장닭 4∼5마리씩을 먹어치운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우면 입맛을 잃지 않도록 특별식으로 소 간도 함께 준다.

수목원 측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백두산 호랑이에게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뇨분석기 등으로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수목원 관계자는 "호랑이도 다른 동·식물처럼 보존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다"며 "관람객들도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목원에는 호랑이 숲뿐만 아니라 야생화 언덕, 암석원, 만병초원 등 26가지 주제원도 마련돼 희귀·특산·고산식물인 구상나무, 모데미풀, 금강초롱꽃, 한계령풀 등 2천2종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식물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 저장하기 위해 마련한 산림종자 저장 전문시설 '시드 볼트'(Seed Vault)도 있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핵폭발 등 재난에 대비해 식물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지하 46m, 4천300여㎡ 터에 터널형으로 만들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이곳은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실내 온도를 영하 20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이곳에는 월귤 등 종자 4만6천여점을 보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식물 종자 30만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수목원에 따르면 평일 방문객은 400∼500명, 주말은 3천∼4천명 수준이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관람객은 5만6천여명이다. 관람객은 트램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수목원 전체를 관람할 수 있다.

수목원 관계자는 "많은 분이 찾아와 산림생물자원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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