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2014년 9월 심훈(1901~1936)의 기념관이 그의 소설 상록수의 산실인 충남 당진에 마련됐다. 그가 세상을 뜬 지 78년 만에 들어선 심훈기념관은 저항 시인이고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고 예술인이었던 삶의 여정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심훈 기념관을 건립하기까지 그의 3남인 심재호의 역할이 컸다. 그는 50여 년간 아버지 심훈의 유물과 친필, 영화 각본을 찾아다녔다. 일제 총독부가 새빨간 연필로 검열한 시집 <그날이 오면> 등 아버지가 남긴 4천여 점의 원고 사본을 기념관에 내놓았고, 아버지의 유해를 <상록수>를 집필했던 기념관 근처 ‘필경사’ 옆에 안장했다.

심재호가 아버지 심훈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심훈기념관이 건립되기까지 과정을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바로 충남연구원(원장 강현수)이 ‘충남재발견’ 시리즈 제1호로 기획해 최근 발간한 ‘심훈을 찾아서’(도서출판 문화의 힘, 265쪽, 1만 4000원)이다.

충남연구원은 이번 충남재발견 시리즈 출간을 통해 그동안 덜 알려졌던 충남 지역의 문화·예술·환경 등 우수한 자산과 사람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사진으로 보는 심훈’이다. 일제 검열로 만신창이가 된 ‘출판 불허’ 도장이 찍힌 ‘그날의 오면’ 검열판과 심훈의 서대전 감옥 수감기록,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인 당진시 부곡리 ‘공동경작회’ 회원들의 얼굴 등 수십 점의 귀한 사진을 한데 모았다.

2부 ‘심훈을 찾아서’는 김태현 순천향대 교수(문학평론가)가 쓴 ‘심훈 일대기’로 시작된다. 2부 1장에는 ‘심훈기념관’이 건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충남 당진과 주변 필경사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필경사는 1935년 소설 상록수와 아들 심재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함께 수록된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는 <심훈 시집 ‘그날의 오면'의 친필 원고들> 제목의 글에서 아래와 같이 썼다.

이 자료들이야말로 한국 현대문학 최대의 보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어떤 작가나 시인의 경우에도 이렇게 많은 친필 원고를 고스란히 보존해 온 경우가 없다. 이 자료들을 잘 지켜오신 심재호 선생께 머리를 숙여 존경을 표하고 싶다.
- 제목의 글

한편 지금의 영농조합에 해당하는 <공동경작회>(소설 상록수 실제 모델)의 사업내용과 세세한 기억을 모아놓은 것도 이채롭다.

2부 2장에는 아들 심재호가 아끼는 아버지 심훈의 작품을 엄선해 실었다. 시는 <거리의 봄> <고루의 삼경> <동우> 3편이다. 편지글인 <감옥에서 어머니께 올린 글월>도 실었다. 이 밖에 수필 당진 앞바다의 소회가 들어 있는 <7월의 바다>를 비롯해 <단재와 우당1> <나의 아호 나의 이명>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나의 아호 나의 이명>에는 심훈이 본명인 심대섭에서 심훈을 쓰게 된 배경과 아호로 ‘백랑’(白浪)을 사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2부 3장은 자의 반 타의 반 ‘또 다른 심훈’으로 불리는 심재호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 미주동포신문 <일간뉴욕> 편집국장 겸 발행인, 카터재단의 국제분쟁조정기구(INN) 창립회원을 역임했다. 특히 ‘뉴욕 이산가족 찾기 후원회’를 조직해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 1천여 명의 남북 해외 이산가족을 찾아줬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이 책은 충남이 낳은 심훈 선생과 얼마 전 개관한 심훈 기념관의 역사를 그의 아들을 통해 듣는 한 권으로 보는 심훈 보고서이자 심훈 기념관 안내서”라고 평했다.

이어 “앞으로 충남 재발견 시리즈에 걸맞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충남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높이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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