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독립운동가이면서 ‘성자’라고 까지 불리는 고 이용도(1901~1933) 목사에 대한 평가가 지난 80년간 굴절되어 왔음을 치밀하게 밝히는 비평 서적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특히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용도 목사가 이단과 신비주의자로 정죄된데 대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교단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는 그 동안 몇몇 교회사가들에 의해 신비주의자나 이단자 등으로 분류되어 온 이용도에 대한 잘못된 사실들을 탐정처럼 파헤쳐 독자들이 이용도를 올바로 알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한국 교회사를 흔들어놓을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는 이용도 연구가 정재헌(34)씨가 저술했다. 정씨는 앞서 ‘이용도 목사 평전 : 기독교의 재출발’과 ‘이용도 목사 시편 : 주님이 들어오시는 문’,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 진리를 드소서’등을 연속 출간했다.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는 1930년대 초 부흥사로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가는 곳마다 성령과 부흥의 역사를 이루던 이용도 목사가 이후 이단으로, 신비주의자로 몰린 것을 학술적, 문헌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한다.

정씨는 책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의 현 이용도 이단 보고서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민경배 박사, 박응규 박사, 박명수 박사, 안수강 박사, 박영관 박사, 정성구 박사 등 전현직 역사학자들의 이용도 평가를 이용도 자신의 말로 역평가 한다.

1931년 장로교 황해노회는, 이용도 목사가 불을 끄고 기도한다, 교역자를 비판한다, 여자 성도들과 편지를 주고받는다, 김교신의 ‘성서조선’이란 잡지를 선전한다는 등의 이유로 그를 무교회주의자로 정한 뒤 황해도 내 장로교회는 그를 초청하지 못하도록 금족령을 내렸다.

1932년 장로교 평양노회는 이용도를 초청하면 ‘그와 같이 못하는 그 교회 목사가 푸대접을 받게 되므로’ 역시 이용도 금족령을 내렸고, 1933년 총회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제시함 없이 일방적으로 이단으로 정죄하였다.

하지만 이용도 목사에 대해 도산 안창호 선생은 ‘성자’로 불릴만한 인물’이라고 했고, 월남 이상재 선생은 어린 그의 언변에 감탄하였다. 미국인 피터스(1902~2012) 선교사는 그를 ‘100년에 한 번 나올 인물’로, 대전도자 존 웨슬리나 성자 프란시스에 비견했다. 역사학자 송길섭 박사는 ‘한국교회의 개혁자’로 평했다.

이용도는 1930년대 초 직업화 되는 목회자와 교회의 외형적 치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수와 십자가를 재인식함으로 조선 기독교의 재출발을 역설했다. 일제의 압제 하에 있던 곤고한 대중은 그의 열정적인 기도와 설교, 그리고 성자적 생애에 열광했고, 곳곳에서 그를 따르는 순수한 기도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 기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교권자들은 그를 금족령으로 막아서고, 최후로는 1933년, 이단으로 정죄하였다. 그러나 이용도가 왜 이단인지 이유도,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채로 였다. 곧 이용도는 세상을 떠난다. 예수님처럼 서른 셋을 일기로 눈 감는 것이다.

그가 떠난 뒤에도 교회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한국 개신교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이 제시하는 현 이용도 이단 보고서는 이용도 당시인 1933년의 것이 아닌, 약 아홉 배가 늘어난 분량의 보고서다. 그럼에도 이것이 1933년의 보고서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다. 그럼 이러한 첨가는 언제, 누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가?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는 이를 치밀하게 추적하여 밝혀낸다.

정씨는 “지난 80년간 이루어진 이용도에 대한 연구는 이용도 자신의 말에 근거한 것이 아닌 경우가 허다했다”며, “왜곡된 인용이 무비판적인 연구자들에 의해 되풀이 되었고, 그 결과 이용도는 한국교회사상 이단의 괴수로 낙인 찍혀 왔으며, ‘이용도 아닌 이용도’로서의 역사가 창작되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연구자의 선입견이 아닌, 연구 대상의 자기 증언과 행적에 근거해야 한다”며 “역사신학은 ‘역사’에서 성공해야 ‘신학’에서도 성공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간의 이용도 연구는 인용 왜곡 위에서 진행된 것들이 많았기에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예를 들면, 인도의 시성 타고르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글을 이용도의 것으로 착각한 뒤 그 인용마저 원문과는 다르게 따온 후 이용도를 에로틱한 신비주의자나 종교다원주의자처럼 소개하는 식이었다. 또한 이용도의 저술 어디에도 없는 문구들이나 심지어 ‘문단’을 삽입하여 이단적인 혹은 비정통적인 인물로 그려내는 방식이 부주의하게 사용되었다.

역사가 이런 식으로 쓰인다면 그것은 신뢰할 수 없는 ‘비역사의 역사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쓰인 기록들이 무척 많은지, 책의 분량은 700페이지가 넘는다.

책은 총 2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비평마당으로서 다시 6막으로 나뉜다. 1막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측이 현재 제시하는 이용도 이단 보고서는 이용도 당시인 1933년의 보고서보다 분량상 아홉 배가 늘어났음을 지적하며, 그 내용 역시 1933년에 없었던 것들이 세 문단이나 첨가되었음을 밝힌다.

2막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과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을 역임한 민경배 박사의 이용도 연구를 다룬다. 이용도의 저술 속에 없는 문구들이 크게 작게 인용문 속에 삽입되어 연구자의 결론을 지지해가는 대목들을 지적한 뒤 이용도의 본의를 제시한다.

3막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역사신학 교수인 박응규 박사의 이용도 연구 논문을 살핀다. 그는 이용도 자료에 나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문단을 인용한 뒤 이용도를 변질된 기독교 종말론의 소유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4막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측의 이용도에 대한 기술을 다룬다. 역사 서술의 재료가 되는 사료(史料)를 선택함에 있어, 사건 당시로부터 5일 뒤 이용도에 의해 쓰인 1차 사료보다, 그로부터 50년 이상 지난 뒤 비판자에 의해 만들어진 증언을 더 중요하게 취급하는 역사학적 불합리함을 지적한다. 서울신학대학교 박명수 역사신학 교수는 ‘성결교회의 사부’ 이명직이 이용도를 두고 미혹케 하는 영, 사이비, 혼돈케 하는 영이라고 비판했다고 주장하나, 이것이 증거에 역행하는 허위임을 밝힌다.

5막은 백석대학교 안수강 박사의 연구다. 그는 ‘밀의종교의식’에서나 볼 수 있는 신과의 존재적, 본질적 합일을 찾을 수 있는 한 대목이 이용도에게서 발견된다고 하면서 거기에 근 10페이지를 할애하였으나, 그것은 시간상으로 별개인 두 대목을 하나로 합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착오임을 잡아낸다.

6막은 1960년대부터 약 40년 가까이 이용도를 이단의 원조, 혼음파의 조상으로 소개했던 이단연구가 박영관 박사의 저술들을 취급한다. 그가 40년간 반복 사용한 표절, 인용 왜곡, 사실 관계 오류 등을 밝히어 비판한다.

2부는 자료마당으로서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총신대학교, 대신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정성구 박사의 역작 ‘한국교회 설교사’를 다룬다. 그는 이용도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제시되었던 1934년의 비판을 이용도에게 연결 지은 뒤 이용도를 이단인양 결론짓고 있다.

2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이민성 목사의 김예진 연구에 나타난, 사료에 반대되는 평가들을 비판한다. 김예진을 한국교회사의 모범으로 제시하기 위한 열심 가운데, 신비주의자로 낙인찍힌 이용도를 김예진으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역력히 애를 쓰다가 사료 사용 왜곡이 발생한다.

3장은 이단연구단체나 연구자들 가운데 표절과 허위를 유포한 실례들을 꼼꼼히 찾아 넣었다. 이단 정죄라는 생사가 달린 부분에서 얼마나 부주의하게, 그리고 불법적 방식으로, 이용도가 이단으로 소개되는지 독자 앞에 나열한다.

부록에서는 스베덴보리주의(Swedenborgianism)에 대한 신학적 비판을 가한다.

이용도에 대해 지난 80년 동안 제기된 비판과 정죄에 정씨가 끈질기게 저항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정씨는, “부주의한 비판자들로 인하여 이용도 목사를 내버리게 되는 것은 먼지 묻은 보석을 돌멩이로 잘못 알고 머리 뒤로 던져버리는 것과 같다” 면서, “오류 가운데 던져진 비판들이 논박, 철회됨으로 한국교회가 이용도로부터 얻어야 할 유익한 신앙 유산들을 놓침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또한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학자라는 권위를 입고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신중함이 없이 한 개인에 대하여 파괴적인 평가들을 쉽게 내뱉음으로써 그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과, 그것이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으려 하는 한국의 정서 그것이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단으로 정죄된 이용도의 역사를 연구하는 목적은 단순히 이용도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서 자기를 합리화하는 불의하고도 부끄러운 행태와 분위기를 후대에 남겨주려 함에 대한 책망과 반성으로 나아가는 것이요, 이를 회개하고 시정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정화와 유지, 존속을 불가능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한국교회를 소생불능으로 만들 양대 요인으로 세속화와 함께, 마구잡이 이단 정죄를 언급했다. 교회 정화 운동의 싹이 고개를 들 때마다 ‘진리 수호’의 명분을 내세우며 이단을 잡겠다는 사람들이 변화의 새 힘을 그때그때 막아서고 나선다면 한국교회는 변화의 때를 놓치고 자정 능력을 상실함으로 그 미래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용도 목사 이단론 비판 : 주의 것들의 노래’는 이용도 목사에 대한 80년간의 오해와 사실 관계 오류 및 인용 왜곡을 1차 사료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비평함을 통해, 이용도는 이단적 신비주의자가 아니라 한국교회에 주어진 극히 값진 진주였음을, 그리고 진주임을, 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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