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조연이 기자 =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스포트막스(SPORTMAX)’가 지난 22일, 밀란 패션위크에서 2024년 봄/여름 컬렉션 ‘가드너스 발라드(A Gardener’s Ballad)’를 공개했다.

차가운 실험실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진 스포트막스의 2024 봄/여름 컬렉션은 첨단 기술과 정교한 기기에 의존하고 디지털 플랫폼이 주는 속도감과 즉각적인 만족감에 길들여진 현세에 대해 꼬집으며, 자연과 문화가 의미하는 핵심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었다.

이번 스포트막스 컬렉션은 이는 여러 차례의 역사적인 순간에 양식주의 운동(Stylistic movement)으로 다양한 모습을 현현했던 일본의 미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19세기 후반 일본의 미학은 아르누보(Art Nouveau)라는 미술 사조와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절의 패션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1920년대를 풍미한 양식주의(Stylization)로 이어지다가 1990년 후반 다시금 부상하여 안드로이드 게이샤로 분장한 비요크(Björk)나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 앨범 활동 시 또 다른 자아(alter ego)로 등장한 마돈나(Madonna)를 비롯해 음악, 영화, 패션 분야의 여러 예술가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당대의 시적 미래주의 물결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감화를 바탕으로 스포트막스는 건축적으로 완벽한 균형의 기모노 의상과 자연 날 것의 비대칭적인 모습을 다양한 변주로 재현해냈다.

질감과 조명 효과를 통해 옵티컬 화이트에서부터 바닐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위의 화이트를 표현했고, 정교하게 강조된 애시드(acid)와 페일톤의 아쿠아 계열 색조가 조금씩 자리하며, 무균 실험실 같은 라인업에 숨을 불어 넣었다.

다양한 광택의 새틴, PVC 및 여러가지 매끄러운 테크노 소재와 견고한 면직물 같은 매트한 질감의 섬유, 바삭한 느낌을 주는 코팅된 린넨, 그리고 압축된 종이 섬유 혹은 투명하게 비치는 시어 등 구조화되고 부풀려진 소재가 번갈아 사용되었다.

또한, 벨크로 잠금 장식을 곳곳에서 주요 디테일로 사용하며, 미니멀 꾸뛰르 같은 정교함과 브루탈리즘(Brutalist) 양식의 실용주의 사이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또한 런웨이 컬렉션에 등장하는 프린트는 체코 출신의 아티스트 크리스토프 킨테라(Krištof Kintera)의 설치 미술 작품을 촬영한 사진을 직접 활용해 제작했다.

킨테라의 작품 ‘포스트나투랄리아(Postnaturalia)’는 전자 폐기물로 만든 꽃 등을 활용하여 식물 표본실 ‘하바리움(Harbarium)’을 디스토피아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초기부터 이번 컬렉션을 구성하는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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