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N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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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RNX뉴스] 김종덕 기자 = 스웨덴 스톡홀롬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연구팀이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잠이 더 잘 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불면증과 정신질환을 앓는 성인 1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무거운 이불(6~8kg), 다른 한 그룹은 가벼운 이불(1.5kg)을 4주간 덮고 자도록 했다.

이때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손목에 센서를 부착해 불면증 심각도 검사(ISI)를 진행했다.

ISI 점수가 낮을수록 불면증 증상이 적은 것이며, 7점 이하면 불면증이 없는 것이다. 연구 결과, ISI 점수가 절반 이상 감소한 사람의 비율이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잔 그룹에서 59.4%로,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잔 그룹(5.4%)보다 훨씬 높았다.

불면증이 없는 사람도 가벼운 이불 그룹(3.6%)보다 무거운 이불 그룹(42.2%)에서 훨씬 많았다.

전체적인 수면 시간에는 무거운 담요 사용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가벼운 담요 사용 그룹과 비교하면 자다가 깨거나 뒤척이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다.

또, 낮에 졸리거나 피곤함을 느끼는 현상, 불안이나 우울 증상 역시 확실히 감소했다. 실험이 끝난 뒤 1년간 진행된 추가 연구에서도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무거운 이불을 사용했고, 그 효과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작업치료저널(Journal Occupational Therapy in Mental Health)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에선 30파운드(약13.6kg)의 무게가 나가는 이불을 덮고 잘 때 불안 수치가 63%쯤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일반 이불보다 무게감 있는 이불을 덮는 게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유의미한 근거들이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거운 이불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이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이불 무게를 달리한 뒤, 실험 참가자의 멜라토닌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불 무게가 실험 참가자 몸무게의 약 12%로 무거울 때 몸무게의 약 2.4%에 불과한 가벼운 이불을 덮었을 때보다 체내 멜라토닌 농도가 약 32%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무거운 이불이 몸에 압박을 가하면 피부감각 신경을 활성화해 뇌 고립로핵(NTS, 뇌 감각핵)과 뇌하수체를 자극하는데, 이때 두려움, 스트레스, 고통 등이 감소하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는 습관은 불면증 심각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주간 활동 수준도 향상켰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연구에서 무거운 이불을 덮었던 참가자들은 피로, 우울증, 불안 증상이 감소해 주간 활동이 많아졌다고 보고했다.

서천석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무거운 이불을 사용하는 것이 불안과 불면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몸 전체를 무거운 무게로 감싸주는 것이 교감 신경의 활성도를 낮추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몸을 이완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결과를 얻은 다른 연구도 있다. 타이완 창궁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사랑니 수술 시에 압력이 부교감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 논문이다. 60명을 절반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사랑니 발치 수술을 받을 때 체중의 10%에 해당하는 무거운 이불을 덮게 했다. 나머지 절반은 아무 이불도 덮지 않고 발치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무거운 이불을 덮고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이불의 무게로 인해 심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면서 훨씬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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