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중 / 제비한쌍
오관중 / 제비한쌍

 

제비에게 세를 주다 / 손택수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집이다
시름시름 기울어가던 처마 끝이다

진흙둥지 되바르며
보수공사에 여념이 없는 제비 한쌍
신접살림을 차렸다

부스스 일어나 올려다보면
밤낮으로 깨소금을 떨어뜨린다

이 허름한 적산가옥에 세를 들어 온 두 내외
덕분에 가난한 나도
이제는 어엿한 집주인이 된 셈인가

관리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방을 빼지나 않을까 전전긍긍
방세 대신 꼬박꼬박 챙겨주는
새울음소리를 염치없이 받아쓰고 있는 나도
이제는 집주인으로서의 그 알량하고 딱한
체면이라는 걸 알게 된 셈인가

달빛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와서 하룻밤 묵었다 간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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