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부뎅 / 저하늘

 

직선 위에서 떨다 / 이영광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량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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